“전주비빔밥 비싸도 너무 비싸” 고객들 뿔났다
입력 2013-02-03 18:09
“일산에서 7000∼8000원에 먹었던 비빔밥이 전주에서는 1만3000원이었다. 귀가하는 내내 아깝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백모(48)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전북 전주한옥마을에서 ‘전주비빔밥’을 먹었다가 쓴맛을 다셔야 했다. 백씨는 “4명의 점심값만 5만2000원이었다”며 “그렇게 비싼 줄 알았다면 7000원대의 백반집에 갔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대한민국 대표 음식의 하나인 ‘전주비빔밥’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빔밥의 본고장인 전주에서 전주비빔밥은 1인분에 1만원을 훌쩍 넘긴 지 오래다. 지역 내 유명업소들은 보통을 1만∼1만2000원, 육회비빔밥은 1만2000∼1만5000원 받고 있다. 한정식 형태로 제공되는 전북도청 근처의 한 음식점은 코스요리를 개발해 1인분에 1만8000∼2만8000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가격을 공산품처럼 일률적으로 정하기는 어렵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8월 16개 시·도 30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해 공개한 결과에서도 전북은 비빔밥 가격이 평균 5950원보다 비싼 7150원으로 나왔다.
전주비빔밥은 한옥마을과 국제영화제, 세계소리축제 등과 연계돼 대표 관광음식으로 새롭게 자리 잡으면서 가격이 뛰고 있다. 특히 ‘전통업소’로 지정된 10여 곳이 고가정책을 펴고 있어 콩나물국밥 등 다른 음식값의 상승도 부추기고 있다.
전주시는 전주비빔밥을 육성한다는 명분 아래 다양한 정책을 펴왔지만 가격 관리에는 손을 놓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고객들은 “비빔밥을 서민음식으로 알고 있었는데, 웬만한 정식보다 비싸다”며 “불필요한 반찬 가짓수를 줄여 가격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뒤늦게 전주시가 나섰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주비빔밥의 명성과 정체성에 큰 타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전주시비빔밥세계화사업단은 4일 한지센터에서 ‘전주비빔밥 가격,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연다. 공급자인 비빔밥 업소 주인을 비롯해 소비자, 음식 전문가, 시민단체 관련자 등이 토론에 나서 적정 가격을 위한 해법을 찾을 계획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