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우리에게 한계는 없다… 크로스컨트리 7.5km 20명 모두 완주

입력 2013-02-03 18:01

“우리에겐 한계는 없고 다만 도전만이 있을 뿐이다.”

경기 시작 20분전부터 경기장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선수들은 코치와 함께 스키폴을 양팔로 하늘높이 들고는 다리를 굽히는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한 다리씩 크게 앞뒤로 흔들며 근육을 풀었다. 가볍게 눈밭에서 달리는 선수들과 제자리에서 점프를 반복하는 선수도 있었다. 최선을 다해 연습한 뒤 경기를 기다리는 선수들의 표정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분이 없었다.

3일 오후 1시30분 ‘스키의 마라톤’이라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프리스타일 7.5㎞ 종목의 결승전이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노르딕센터에서 열렸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함께 요구하는 크로스컨트리는 비장애인들에게도 힘든 종목이다.

하지만 이날 참가한 선수들은 지적 장애인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날렵하게 폴을 휘두르며 빠른 속도로 눈밭을 미끄러져 나갔다. 언덕도 가볍게 올라섰다. 힘이 부칠 때쯤 다시 나타난 평지 구간에서는 각국 응원단들이 환호를 지르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선수들은 묵묵히 앞으로 나가 결승선을 통과하고 기다리던 자원봉사자를 끌어안으며 완주의 기쁨도 함께 나눴다. 이날 20명의 참가선수 모두 7.5㎞ 코스를 완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비장애인에게도 힘든 이 종목에 출전하기 위해 선수들은 많은 땀을 흘렸다고 했다. F2 디비전에서 금메달을 딴 에드만 에린(34·여·미국)은 “오늘을 위해 일주일에 4번씩 2시간동안 연습해왔다”며 “오늘로 모든 경기를 마쳤다. 잘 훈련시켜준 코치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설상종목 강국인 북미와 유럽, 러시아가 이 종목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이날 가장 빠르게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는 C1 디비전에서 19분56초97을 기록한 바실레프 콘스탄틴(15·러시아)이었다. 바실레프의 기록은 국내 비장애인 고등부 선수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스페셜올림픽답게 많은 선수들에게 메달이 돌아갔고 시상식은 선수가족과 각국 응원단들에게 축제의 마당이 됐다. 눈발이 날리는 추운 날씨에서도 선수들은 자랑스러운 메달을 목에 걸고 기념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F1 디비전에서 은메달을 딴 스테와트 엘로이즈(39·여·캐나다)는 “날씨가 추웠지만 빙질도 좋았고 전반적으로 즐거운 경기였다”며 “특히 내리막길에서는 스키를 탈 때 너무 재밌었다”고 웃었다. 이 경기에는 한국선수가 참가하지 않았다. 기량이 좋아 메달권 진입이 기대되는 김좌영(18)은 4일 크로스컨트리 프리스타일 최장거리 종목인 10㎞에 도전한다.

평창=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