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탄에… 상장사 절반 ‘어닝 쇼크’
입력 2013-02-03 17:52
국내 상장기업의 절반가량이 ‘어닝 쇼크’에 빠졌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환율 폭탄까지 겹치면서 특히 수출 위주 상장사들이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한 주요 상장사 37곳 가운데 19곳(51%)이 예상치보다 실적이 저조한 어닝 쇼크를 보였다고 3일 밝혔다.
이들 19곳은 증권사가 내놓은 실적 전망치와 기업의 실제 영업이익 간 격차가 10% 이상으로 벌어졌다. 거꾸로 시장 전망치보다 실제 실적이 10% 이상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인 기업은 7곳에 그쳤다.
대형 IT업체는 비수기, 원화 강세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자동차·항공·정유업체 등은 원화 강세, 엔화 약세로 부진에 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SDI는 영업이익 전망치가 385억원이었지만 실제 실적은 전망치보다 98%나 적은 7억원에 불과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대한항공과 녹십자는 각각 714억원, 51억원의 흑자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적자를 냈다.
중소형 상장사도 어닝 쇼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적 발표를 앞둔 주요 72개 상장사 중 지난 한 달 동안 영업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 곳만 74%(53곳)에 이르렀다. 이익 전망이 조금이라도 상승한 곳은 22%(16곳)에 불과했다.
이 같은 주요 기업의 어닝 쇼크는 1분기 증시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1분기 상장사 영업이익 전망치는 5주 전보다 2% 이상 하락했다. 특히 디스플레이 업종의 전망치는 52%나 급감했다. 철강금속(-15%), 화학(-12%)도 1분기 전망치가 조정을 받고 있다. 애플의 어닝 쇼크로 IT 업종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고, 엔화 약세로 수출업종은 타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곽병렬 연구원은 “환율 여파 등으로 4분기 실적 부진 여파가 1분기로 전이되고 있어 걱정”이라며 “엔화 약세가 진정되고 중국 춘절 효과가 가시화되면 그나마 조금이라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