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1원 낙찰’ 위법 아니다… 공정위, 저가입찰 방해한 제약협회 과징금 5억

입력 2013-02-03 17:52

의약품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1원 낙찰’ 공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병원과 의약품 도매상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제약업계가 1원 낙찰 관행이 유통질서를 어지럽힌다며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의약품 저가 입찰을 방해한 한국제약협회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협회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의약품 가격경쟁을 제한해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현재 국·공립병원은 국가계약법상 경쟁입찰 원칙에 따라 최저가낙찰제를 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도매상들이 공급하는 의약품 낙찰가가 1원까지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병원 내에서 처방한 의약품은 1원에 낙찰받더라도 의사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파는 원외처방 의약품에서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 이후 원외처방 비중이 80%로 늘면서 가능한 일이다.

서울 중앙보훈병원 등 병원 5곳이 소속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이 지난해 6∼7월 실시한 입찰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입찰에 참가한 도매상 35곳은 84개 품목을 1원에 낙찰받았다. 협회는 곧바로 실력 행사에 들어갔다.

협회는 소속 203개 제약사들에 의약품 공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를 어기면 제명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약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협회의 결정에 의약품 도매상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공급이 끊기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일이 속출했다. 도매상 35곳 중 16곳은 공단과의 계약을 전부 파기할 수밖 없었고 6000만원에 이르는 계약보증금을 날렸다. 공단도 병원 운영에 차질을 겪었다. 계약이 파기된 품목은 비싼 값에 다시 사야 했고 재고가 부족해 환자 투약이 늦어지기도 했다.

제약협회는 일단 최저가낙찰제가 아닌 적격심사제 도입을 주장했다. 적정 수준의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우량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투명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1원 낙찰”이라며 “의약품 입찰시장에 적격심사제가 조기 도입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