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투자 뒷걸음… 한국경제 ‘받침돌’ 흔들린다

입력 2013-02-03 17:52


우리 경제의 ‘받침돌’인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제조업 설비투자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선진국이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 육성으로 유턴하는 반면 우리 제조업은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정책금융공사는 올해 국내 주요 기업의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1.4% 감소한 127조9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3일 밝혔다. 전국 3251개 기업을 표본 조사한 결과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129조7100억원 수준으로 2011년보다 1.6%(2조7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업 규모별 설비투자는 중소기업이 2011년 8조7600억원에서 올해 6조4500억원으로 2년 만에 26.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2011년 105조5400억원에서 지난해 107조8000억원으로 2.1% 늘었던 대기업 설비투자는 올해 106조7200억원으로 1% 줄어들 전망이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설비투자가 지난해 73조5600억원에서 올해 69조7400억원으로 5.2%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3.6%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 비제조업과 대조된다. 올해 제조업 설비투자 위축은 중소기업(-19.4%)은 물론 대기업(-3.7%)과 중견기업(-6.8%)도 피해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은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가 4조5700억원으로 2년 전보다 2조3800억원 감소했다.

제조업은 대표 수출업종인 반도체와 자동차를 포함한다. 대기업의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액은 지난해 19조1188억원에서 올해 15조345억원으로 21.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같은 기간 자동차 투자 규모도 대기업 8.3%(3348억원), 중소기업 11.7%(1302억원) 줄었다.

제조업은 그동안 한국 경제 성장을 주도하던 업종이다. 1970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 성장률이 10.6%였다. 서비스업(6.8%) 건설업(5.9%) 농림어업(2.1%)보다 월등히 높다. 제조업의 연평균 성장률은 70년대 18.2%에서 80년대 11.15%, 90년대 7.91%, 2000년대 들어서는 6.99%까지 하락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는 -1.5%를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 설비투자가 부진한 이유는 기업들이 세계 경기둔화 등 불확실성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설비를 늘려 물건을 많이 만들어봤자 구매자가 없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반면 미국과 유럽은 정부 차원에서 제조업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산업의 한계를 절감하고 제조업을 성장동력으로 재인식한 것이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서비스업 경쟁력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 성장을 이끌어온 제조업의 끈을 놓아서는 결코 안 된다”며 “혁신과 투자로 제조업 경쟁력을 키워 기초적인 성장 활력을 지속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