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발견] (5) 함석 쓰레받기
입력 2013-02-03 17:46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재료는 무엇일까. 언뜻 강철, 플라스틱을 떠올릴 법하지만 함석, 양철이 더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주택 지붕과 벽면을 비롯해 일상의 소소한 물건을 그 재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양철지붕을 얹은 판잣집과 가건물이 즐비했던 것은 옛날 일이려니 했다.
하지만 최근 캄보디아의 시골을 방문했을 때 그것은 현실이었다. 양철지붕은 물론이고 함석으로 만든 물건이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구식 기술, 구식 재료가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요긴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함석 쓰레받기를 보면서 물건을 만드는 능력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국민학교’를 다닌 세대라면 함석가위로 한 번쯤 무언가를 접어서 만들었을 것이다. 강제적으로나마 설계하고 제작하는 능력을 발휘했던 때였다.
런던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박물관에서 열렸던 ‘만들기의 힘(Power of Making)’전은 이 능력을 일깨운 바 있다. 전시는 19세기 영국의 사상가이자 예술가 윌리엄 모리스가 강조했던 ‘손의 노동과 창작’을 이야기했다. 이른바 ‘적정기술’로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돕는 것이 아니더라도 구식 재료를 활용한 디자인은 의미가 크다. 점점 풍요롭고 스마트해지면서 상실했던, 계획하고 만드는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김상규(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