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업무에 인사·정책까지 ‘1인3역’ 靑 비서실장 과연 누구?

입력 2013-02-03 23:41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르면 4일 청와대 비서실장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 비서실장은 정권 출범 전에는 내각의 인사검증을 주도하고 출범 후에는 대통령 보좌 및 옛 정책실장 업무까지 챙기는 등 최소 ‘1인 3역’은 해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은 3일 예정됐던 대통령직인수위 교육과학분과 국정과제 토론회를 연기한 채 삼성동 자택과 삼청동 안가(安家)를 오가며 막판 비서실장 인선 작업에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서실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초기와 비교할 때 그 역할이 훨씬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당초 박 당선인이 ‘작은 청와대’ 원칙을 내세우면서 비서실장 권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청와대 조직 개편에서 정책실장이 폐지되면서 비서실장의 청와대 장악력이 높아졌으며 신설된 인사위원회 위원장도 겸직하게 됐다. 폐지된 특임장관 역할도 담당할 수 있다. 과도한 권한과 업무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비서실장은 향후 국무총리 및 장관 후보자의 인사검증 팀장까지 맡을 것으로 보인다. 꼭꼭 숨겨졌던 박 당선인의 ‘인사 수첩’을 엿볼 수 있다는 뜻이다. 김용준 총리 후보자 낙마 이후 꼬인 총리 및 장관 인선을 마무리짓고 인사청문회를 돌파하는 것도 비서실장의 몫이 됐다. 인수위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 소방수 역할도 맡게 된 것이다.

인수위 주변의 말을 종합하면 정무와 행정에 두루 밝고 박 당선인의 인사 수첩을 볼 수 있는 두터운 신뢰와 무거운 입을 가진 인물이 초대 비서실장에 적합하다. 또 박 당선인 측근들의 표현을 빌리면 ‘당선인의 아바타’ 혹은 ‘교감이 있고 오래 할 사람’이다.

1순위 후보군은 친박근혜계 전현직 의원들이다. 3선의 최경환·유정복·진영 의원, 당 사무총장과 대선캠프 종합상황실장을 지낸 권영세 전 의원, 이정현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 등이다. 최 의원과 유 의원의 경우 박 당선인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각각 지식경제부 장관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대선 당시 기획조정특보였던 최외출 영남대 교수도 하마평에 올라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현역 지역구 의원들이 비서실장이 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하기 때문에 고려할 사안이 많다”며 “박 당선인의 의중을 잘 이해하고 여야와 통할 수 있는 무게감 있는 인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10월 선진통일당과 4석을 합쳐 국회 단독 과반의석인 153석을 유지하고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