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상·의자 등 성구부터 전세보증금까지 모두 물려주고… 30개월 개척교회의 ‘통큰 개척’
입력 2013-02-03 19:49
교회 무상양도한 용인 ‘예수의교회’ 손영삼 목사
경기도 용인 죽전 예수의교회 손영삼 목사는 2010년 5월 8명의 성도와 함께 성남 수진동 모란고개 상가건물 지하 2층에 230㎡(약 70평) 규모의 성남중앙교회를 개척했다. 손 목사는 직전까지 23년간 그리스에서 집시 종족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던 선교사였다.
전도와 섬김, 봉사활동으로 교회는 조금씩 부흥했다. 1년 반 만에 성도 수가 60명을 넘어서자 좀 더 넓은 용인 죽전동의 또 다른 상가 건물로 교회를 이전키로 하고 교회 이름도 ‘예수의교회’로 바꿨다. 그러나 성남중앙교회에 있던 강대상과 의자 등 각종 성구(1000만원 상당)와 앰프 같은 시설물(2500만원 상당), 전세보증금(6000만원) 등은 모두 두고 가기로 결정했다.
“성구나 각종 교회시설물뿐만 아니라 헌금으로 마련된 보증금까지 모두 성물(聖物) 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물은 하나님의 것인데 매매한다는 것이 불편했습니다.”(손 목사)
교회는 후임 목회자에게 향후 2년간 매월 개척지원금(100만원)까지 보태주기로 약속했다. 단 교회 부흥으로 이전하거나 목회에 실패해 교회를 폐쇄할 경우 다른 목회자에게 모든 시설을 무상으로 양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예수의교회는 소속 교단(예수교대한성결교회) 신문에 이 같은 내용의 광고를 냈다. 모두 13명이 지원했는데, 40∼50대 교회 부교역자와 사역지 없이 ‘가정 목회’ 중인 목사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한 목회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장로와 권사, 집사로 이뤄진 11명의 후임 개척목회자 선정위원들이 검토에 들어갔다. 손 목사는 혹시 모를 청탁을 배제하기 위해 “선정 과정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포하고 모든 것을 위임했다. 선정위원들은 최종 후보 3명을 뽑았고, 지난달 27일 손 목사는 제비뽑기를 통해 한 명을 최종 선택했다. 정관철(57) 목사였다.
1992년 목사 안수를 받은 정 목사는 신학교를 마치자마자 살고 있던 서울 아파트를 팔고 대전으로 내려가 교회 건물부터 지어 올렸다. “교회만 지으면 무조건 성장하는 줄 알았습니다. 무리하게 융자를 받아 이자 부담이 컸는데, 설상가상 IMF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빚을 갚느라 목회는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지하 월세교회 등을 전전하다 3년 전 침수 피해까지 당하면서 목회 자체를 접었다. “이후 가정예배를 드리면서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마음을 깊이 깨닫게 됐어요. 목회는 내 힘으로 하는 게 결코 아니구나. 하나님이 하시는 거구나. 그동안 내 욕심만 채우려 했구나. 겉멋만 들어 있었구나….”
그가 예수의교회가 낸 ‘후임목회자 공모’ 광고를 본 건 지난달 3일이었다. “‘참 신선한 방식으로 개척교회를 지원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왠지 모르는 끌어당김이랄까, 확신이 들어서 지원서를 냈던 겁니다.”
지난달 31일 성남중앙교회에서 만난 정 목사는 아무것도 없는 자신에게 교회를 물려주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손 목사와 성도들에 대한 고마움에 눈물을 훔쳤다. 그의 포부는 거창하지 않았다.
“지금은 성도가 ‘0’명이지만 2년쯤 뒤에는 저도 성도들과 함께 후임 개척목회자에게 교회를 그대로 물려주고 싶습니다.”
성남=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