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을 통해 미국 역사&문화 읽는다… 초기 초상화부터 현대 추상표현주의·팝아트까지 서울나들이
입력 2013-02-03 16:44
‘미국 미술 300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 기획전
내일부터 5월 19일까지 전시
이런 기회, 흔치 않다. 세계 현대 미술의 심장으로 불리는 미국 미술 300년 역사를 조망할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5일부터 5월 19일까지 여는 대규모 기획특별전 ‘미국 미술 300년 Art Across America’가 그것이다.
무엇보다 1950년대 추상표현주의의 거장 잭슨 폴록, 1960년대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등 전성기 미국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 화가들의 작품이 총출동했다. 이들 슈퍼스타급 화가들 뿐 아니라 19세기 미국의 일상을 담아 미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윈슬로 호머, 토마스 에이킨스 등 거장들의 작품도 자리를 같이 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테라 미국미술재단 등 4곳에서 대여해준 회화와 공예품 등 168점이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으로 건너왔다.
그림을 통해 18세기에서 20세기까지 미국 300년 역사를 보여준다는 기획 의도가 흥미롭다. 18세기는 아메리카 대륙이 식민 모국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투쟁을 전개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독립군을 이끌던 캐드왈라더 장군의 가족을 화가 찰스 윈슨 필이 귀족 초상화풍으로 그린 ‘캐드왈라더 가족’(1772)에서는 당시 유럽을 넘어서고자 했던 미국 정착민의 열망이 읽혀진다.
전시는 총 6부로 나눠 미국 미술의 변천사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태동기인 18세기 미국 미술의 중심 장르는 ‘캐드왈라더 가족’이 보여주듯 초상화였다. 부유한 유럽 출신 정착민과 아메리카 원주민, 흑인, 여성 등 식민지 시대 미국 사회 뿌리를 형성한 여러 계층이 모습이 담겼다. 독립 이후 동부에서 서부로 영토를 확장하던 19세기 초기에는 풍경화가 유행했다. 토마스 콜 등 이른바 ‘허드슨 강 화가들’은 눈부신 빛과 포근한 대기를 담아 미국의 정체성을 그림에 표현했다.
19세기 후반 대호황 시대 사실주의 화풍에 담긴 미국인의 여유로운 일상과 함께, 세계로 향하며 당시 예술의 중심지 파리에서 배운 인상주의도 만날 수 있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풍을 여성적 주제에 담은 여성 화가 메리 카사트의 ‘조는 아이를 씻기는 어머니’(1880)가 대표적이다. 20세기 초기 급속한 산업화는 당시 유행하던 추상과 입체주의 화풍으로 미국적 주제를 담아낸 찰스 데무스 등 미국 모더니스트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1945년 이후 세계미술의 중심으로 변모한 미국 미술을 보여주는데, 여기서 비로소 관람객들은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등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각 시기별 미국인들이 삶은 가구, 공예품을 통해 보다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최고 수준의 대작들의 전시가 가능한 건 국립중앙박물관의 힘과 조건 덕분이다. 전시는 한·미간 교환전시의 일환으로 성사됐다. 이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물들이 2014년 이들 기관에 대거 나들이 간다.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 중·고등학생 1만원, 초등생 8000원이다. 문의(1661-2440).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