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에게 길을 묻다] (6) 장차남 온천제일교회 원로목사

입력 2013-02-03 19:38


“하나님의 公교회 아닌 私교회 이미지로 바뀌며 신뢰 상실”

장차남(73) 부산 온천제일교회 원로목사는 온건하면서도 합리적 성품을 지닌 대표적인 보수교계 지도자다. 장 목사가 예장 합동 총회장을 맡던 2006∼2007년, 한국교회는 연합운동의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강단교류,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 등을 통해 건강한 진보와 합리적 보수가 손을 맞잡았기 때문이다. 그가 만약 2008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후보로 교단에서 추천을 받았다면 오늘의 한국교회 이미지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장 목사로부터 목회의 본질과 공교회성 회복 등에 대해 들어봤다. <만난 사람=김무정 종교부장>

-총회장을 지낸 뒤 곧바로 조기은퇴를 공포했다.

“2009년 5월 정년을 1년 반 앞당겨 은퇴했다. 예장 합동 총회장을 마치고 3년이 남은 상황에서 은퇴까지 시간만 끌 뿐이지 특별한 의미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당회에 이야기를 하고 청빙위원회에 모든 것을 맡겼다. 청빙과정에서 일체 관여하지 않겠으며, 불법만 아니고 이단만 아니면 당신들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선포했다. 은퇴예배를 드리고 2일 만에 서울로 왔다.”

-부산에서 32년간 목회하던 분이 서울로 올라오게 된 이유가 있나.

“아내가 은퇴 후 주거지는 본인이 정한다고 하더라. 이유는 1967년 목사 안수 이후 줄곧 교회에서 배려해준 사택에서만 살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이 집을 한번 골라보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론 평생 긴장하고 살았는데 이젠 홀가분하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서울에 자녀들이 있으니 가끔 손자를 볼 수 있고 후임 목회자에게 좋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1년에 네 차례 내려가 설교한다. 지난 4년간 230회 설교 및 강연을 한 것 같다.”

-목회자의 기본자세는 무엇인가.

“목회자는 교회를 섬기며 회중을 거느리는 감독이자, 교훈자, 보육자다. 명심할 것은 성도가 자기 양떼가 아니라 예수님의 양떼라는 것이다. 예수님을 보필하는 부목사인 셈이다. 목회자는 늘 ‘목자장이신 예수님 앞에서 양떼 잘 치고 있는가’ 고민해야 한다.”

-목회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본과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30∼40년을 하는 게 목회다. 그래서 교인들은 목사 창자 속까지 훤히 다 알고 있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속은 어떻다 하는 것을 안다는 말이다. 따라서 교인들을 섬기고 사랑을 실천해야 감동감화를 줄 수 있다. 몇 가지를 중점적으로 잘해야 하는데 그것은 말씀 강론과 인간관계가 좋고 지도능력이 있어야 한다. 목회자와 성도는 기찻길과 같다. 너무 찰싹 붙어있으면 기차가 못 움직이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정이 없다. 적정 거리를 유지할 때 기차가 철길을 잘 달릴 수 있다. 교회는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과부가 과부사정을 잘 안다는 말이 있듯 목회자가 쓴맛 단맛 봐야 그 모든 사람과 융화가 가능하다.”

-많은 목회자가 당회 운영에서 어려움을 토로한다.

“당회는 신앙적이고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당회에서 보통 8∼9가지 안건은 내 주장보다 의견이 모아지는 대로 한다. 어떤 문제는 찬반을 놓고 반반, 혹은 다수와 소수로 대립된다. 이럴 때는 무작정 다수결로 결정짓기보다 ‘우리 좀더 기도해보자’며 냉각기를 둔다. 그렇게 소수라도 승복할 만한 분위기를 만들어 결정할 때 유익이 있다.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과 존중하면서 추진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상당히 중요한 문제에 있어선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장로님들이 이렇게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하고 부탁한다.”

-당회에서 최선만 고집하다가 저항에 부딪치는 경우도 있다.

“최선보다 차선으로 합의하는 것도 좋다. 어떤 경우 최선을 고집하다가 상대를 꺾고 누르다 보면 비협조 때문에 최악의 결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차선으로 해서 합의해서 협조 아래 일을 추진하다 보면 최선의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교회는 6∼7년을 주기로 위기가 닥쳐온다. 만약 지속적으로 가스가 차듯 불만이 누적되다 보면 발화점을 만나 큰 폭발을 할 수도 있다. 가스가 새나가도록 소수라도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승복할 만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한국교회가 지탄을 받고 있다.

“자긍심보다 부끄러움이 앞서는 게 현실이다. 한국교회는 지난 역사에서 일시적으로 수치와 굴욕이 있었으나 전체적 맥락에선 긍정적이고 자랑스러움을 지니고 있었다. 최근 양상은 하나님의 교회, 주님의 교회라는 사실이 많이 훼손됐다. 통일성, 거룩성, 보편성, 공교회성보다 특정인이 운영하는 사교회의 이미지가 고착화됐다.”

-이미지가 계속 실추되는 이유는 무엇일지.

“개신교는 중구난방, 제각각 움직인다. 교단의 통제력과 자정능력 상실로 모든 문제가 사회법정으로 간다. 교회 연합기구에서 보이는 분열과 추태는 정말 한심스럽다. 어디까지나 협의체에 불과한 연합기구는 마치 교단의 상위기구인 것처럼 행세하며 이단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런 문제는 신학적으로 공정하게 다뤄야 한다. 이렇게 되니 교회에 대한 신뢰와 존경이 실망과 반감으로 바뀌었다. 반교회적 적대세력, 불순한 음모를 지닌 세력이 생겨났다. 하나님의 공교회라는 인식이 희박해지면서 생겨난 결과다.”

-결국 교회의 세속화가 문제 아닌가.

“맞다. 교회는 나실인처럼 성결함과 구별됨이 중요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교회와 사회, 성도와 속인 사이에 구별과 긴장감이 없어졌다. 이것은 빛과 어둠, 바다와 육지, 궁창 아래 물과 궁창의 물로 나누신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역행된다.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과 결혼하여 고대 용사를 낳은 노아시대의 행태를 답습할 뿐이다. 이런 세속화로 인해 교회가 물질, 권력, 명예, 성공 등 속인들과 똑같은 갈망을 추구하며 세상을 구원한다고 나팔을 부니 세상이 교회를 우습게 본다. 교회의 위신과 체통을 잃으니 음지에 숨죽여 살던 이단종파마저 정면도전하고 있다.”

-강단의 위기가 이것을 가속화시키지 않았나.

“하나님 중심의 신앙보다 사람 위주의 포퓰리즘이 자리 잡아 공연과 문화, 예능,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 한다.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도 강퍅한 심령을 감동감화, 변화시키기보다 그들의 저급한 욕구와 비위를 맞추기 급급하다. 사무엘상 3장1절 말씀처럼 심령 골수를 찔러 쪼개거나 인성을 개변시키는 여호와의 말씀이 희귀하여 이상이 흔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세속적 기준에 심취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공교회성의 회복도 필요할 것 같다.

“영적 교회는 거룩한 교회로 비춰져야 한다. 시급한 것이 공교회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현재의 난맥상 중 하나가 거룩한 공회를 늘 믿는다고 신앙고백을 하면서 사실은 안 믿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회성의 붕괴현상은 목회자의 타락, 교회의 사유화, 목사안수 남발, 연합운동의 궤도 이탈을 가져온다. 교회가 하나님의 몸 된 교회라고 할 때 이런 행태를 함부로 할 수 없다.”

-대안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생색을 내기보다는 구제와 섬김. 자성과 희생이 쌓일 때 교회에 대한 신뢰도 쌓일 것이다. 또 기도하는 집이라는 교회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 세상이 줄 수 없는 구원과 안식, 소망을 부여하는 곳, 거룩한 세계, 영의 세계로 인도하는 교회 본래의 모습 되찾아야 한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근본신앙을 지킨다는 이유로 분열을 거듭한다.

“칼뱅은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시며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것, 하나님의 긍휼 안에만 구원이 있다’며 ‘이런 본질적인 것에서 이탈하지만 않으면 분열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큰 줄기에서 올바른 신앙만 가지면 하나로 일치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연합사업에 있어서 극단적, 편향적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핵심과 근간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분열된 연합기관에 해법이 있다면.

“가톨릭 주교회의를 한번 보라. 국가적으로 중대사가 있을 때 어쩌다 한번 언급을 한다. 하지만 개신교는 시도 때도 없이 산발적으로 입장을 내놓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기관이 둘로 갈라져 있는데 어떻게 올바른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까. 노회든 총회든 연합기관이든 바른 생각을 갖고 있는 인재들이 있다면 기피하지 말고 뛰어들어 일해야 한다. 정치가 무조건 나쁘다는 생각은 버리고 말이다.”

장차남 목사=1940년 경북 상주 출생으로 총신대와 신대원을 졸업했다. 77년 부산 온천1동 온천제일교회에 부임해 32년간 목회했으며, 2006년 예장 합동 총회장을 지냈다. 영호남기독교지도자협의회 공동회장, 한국교회대부흥 백주년기념대회 공동상임회장, 한국교회 일치를 위한 교단장협의회 공동상임회장, CTS 공동대표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한국교회 목회 현장을 말하다’ 등 10여권이 있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