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한남동 서울독일학교에선… 협력하며 생활하는 방법 배워

입력 2013-02-03 17:05


국내에서 독일 교육의 생생한 현장을 엿볼 수 있는 곳은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서울독일학교다. 독일인 주재원이나 독일에서 3년 이상 체류하다 귀국한 한국인의 자녀 약 200명이 다니는 이 학교는 교과과정부터 인성교육까지 모든 게 ‘독일식’이다. 사립학교여서 부모가 수업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과 학교가 교사를 자율적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점만 독일 현지와 다르다.

서울독일학교 학생들은 오전 8시10분에 등교해 오후 3시45분 일과를 마친다. 초등학생의 경우 오후에는 대개 각자 하고 싶은 활동을 한다. 각종 스포츠와 요리, 악기 연주, 미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학교에 준비돼 있다. 목요일과 금요일에는 중·고교생도 오후 수업 없이 이런 취미활동을 한다. 더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을 위한 ‘화학실험반’ 같은 방과후 프로그램도 있다. 학업 능력이 뒤떨어지는 학생에게는 교사가 과외를 한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다.

지난달 23일 교정에서 만난 모니카 슈미츠(62·사진)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절대로 학원에 보내지 말라고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학생이 배워야 할 것은 학교에서 모두 제공한다는 것이다. 슈미츠 교장은 “아직 어린 학생들이지만 각자 개인 시간이 필요하고, 친구와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하다. 잠도 충분히 자야 한다”고 했다.

서울독일학교의 교육 목표는 지식뿐 아니라 (삶에 필요한) 일반 능력을 학생들에게 길러주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른 사람과의 협력 관계에서 어떻게 일할 것인지, 질적으로 높은 결과를 얻기 위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둔다.

수업은 초등학교 때부터 토론 위주로 진행된다. 수학 수업도 예외는 아니다. 교사는 문제를 내 주고 학생이 각자 고민할 시간을 갖게 한 뒤 학생끼리 협력해 답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 생각이 다른 학생들과 조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다. 슈미츠 교장은 “독일 교실에서는 자주 그런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독일학교 고교생(10∼12학년·약 40명)도 대학입학을 위해 ‘아비투어’를 준비한다. 학교 교사가 아비투어 준비를 돕는다. 독일 현지처럼 직업계 고등학교(레알슐레)나 종합 직업학교(하우프트슐레) 과정을 밟는 학생도 비록 소수지만 있다.

슈미츠 교장은 “어느 사회, 문화에서도 적응해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학교에서 생활하는 8시간 동안 최상의 교육을 제공한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