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독일 대학에 유럽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입력 2013-02-03 22:05


독일의 이른바 보통교육은 국민 전체의 수준을 높이는 데 성공했지만 국제 경쟁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18∼19세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독일 대학의 경쟁력은 20세기 들어 미국과 영국에 크게 뒤졌다.

이랬던 독일 대학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가가 이른바 엘리트 대학(학과)을 선정해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 영어 강의가 늘고 있고, 외국인 유학생도 증가 추세다. 미국과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재정위기 속에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어 독일 대학의 변화는 더 두드러진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9일 ‘왜 영국 학생들이 독일로 몰려가는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가장 큰 이유는 공짜 등록금이었다. 독일 대학은 등록금에서 내국인과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외국 학생에게도 학비를 거의 받지 않는다. 16개 주 가운데 등록금을 받는 2곳도 학기당 등록금이 650유로(약 92만원)를 넘지 않는다. 크리스토프 폴만 독일학술교류처 서울사무소 대표는 “2곳에서도 조만간 등록금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국은 지난해부터 대학 등록금 한도를 최대 3배나 올렸다. 최고 9000파운드(약 1500만원)를 내야 한다.

영어 수업이 늘어난 것도 외국인 유학생이 증가하는 이유다. 독일 대학 전체에서 영어로 학위를 이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1000개나 된다.

연방정부가 2007년부터 시작한 우수대학 육성 프로그램(Exzellenzinitiative)은 독일이 국가적 차원에서 각별한 의지를 갖고 대학 경쟁력 높이기에 나섰다는 걸 뜻한다. 그동안 독일에서 대학을 관리하고 지원해온 건 각 주 정부였다.

연방정부는 5년마다 지원 대상을 바꾼다. 지난해 6월 새롭게 지원 대상에 선정된 곳과 탈락한 곳이 발표됐다. 대학마다 희비가 엇갈린 것은 물론이다.

선별적 대학 지원은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세계 대학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독일 대학이 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대학지원 제도를 본격적인 대학 간 경쟁의 시작으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독일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교육에서의 경쟁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사회 한편에 깊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학술교류처 서울사무소의 이호경 박사는 “엘리트 대학은 여전히 반대한다는 게 독일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