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2부)] 인재대국 독일, 위기 때 힘을 발휘한다

입력 2013-02-03 21:54


독일은 온 사회가 인재를 기르는 나라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이 실시된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일은 독일에서 있을 수 없다. 대학 등록금을 받는 곳은 현재 16개 주 가운데 2개 주에 불과하다.

기업은 인재를 키우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기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의 직업교육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과 학교가 함께 10대 후반의 학생을 교육한다. 학생들은 1주일에 2일은 직업학교에서 이론을 배우고, 나머지 3∼4일은 기업에서 실무를 익힌다. 기업은 학생들에게 일하는 장소를 제공하고 임금까지 준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기술인력 양성에 힘을 쏟는다.

무상교육의 주체는 각 주 정부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무상교육, 직업교육이라는 쌍두마차를 끌고 독일을 최고 인재대국 가운데 한 곳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해마다 양질의 인력이 노동시장으로 쏟아진다. 최근에는 독일 제조업이 유럽 경제위기 속에서 홀로 활황을 맞다 보니 숙련된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독일 교육이 성공을 거둔 이유는 엘리트만을 위한 교육을 지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업 성적이 뛰어난 상위 1%를 더 공부 잘하게 하는 것보다 부족한 학생이 낙오되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학교에서는 성적에 따른 줄세우기를 하지 않는다. 크리스토프 폴만(Christoph Pollmann) 독일학술교류처 서울사무소 대표는 “독일에서는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경쟁’을 학교에서 찾기 힘들다. 한국인들이 흔히 생각하는 학교 간 서열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결과 특출한 인재가 배출되지 않지만,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가진 교육 중상위층이 두터워졌다.

기본 실력을 갖춘 인적 자원의 풍부함은 위기 때 힘을 더 발휘하고 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가 높은 청년실업률로 신음하고 있지만 독일은 다르다. 지난해 3월 기준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 7.9%였다. 독일에 비해 실업률이 낮은 나라는 교육제도가 비슷한 스위스(7.5%)와 경제 규모가 작은 노르웨이(7.6%)뿐이었다. 경쟁 상대인 프랑스와 영국은 청년실업률이 각각 21.8%, 21.9%나 됐다.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9.5%다.

독일의 무상교육은 신자유주의에 따른 양극화로 고통을 겪고 있는 유럽의 이웃나라 학생들에게도 인기를 얻고 있다. 영국 등에서 독일로 유학가는 대학생이 해마다 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 등록금이 없다는 사실과 학문을 취직 수단이 아니라 학문 그 자체로 중시하는 연구 분위기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독일 연방정부는 2007년부터 우수대학 육성 프로그램(Exzellenzinitiative)을 가동했다. 우수한 연구계획서를 낸 대학을 선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대학 간 경쟁을 유인해 고등교육을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대학이 점차 경쟁하면서 프로젝트는 성과를 내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