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나의 아들, 나의 택한 자

입력 2013-02-03 16:28


누가복음 9장 28~36절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오는 은혜와 평강이 여러분과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몇 년 전 아들에게서 책 한권을 선물 받았습니다. 책 제목은 ‘예수 없는 예수 교회’였습니다. 아들은 이런 글을 적어 놓았습니다. “좋은 목사, 목회를 잘하는 목사보다 언제나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그런 목사님이 되시길 기도합니다. 아버지! 힘내세요.” 이 메시지처럼 책 속에는 “예수 없는 껍데기 교회로 성장할수록 예수님의 질책과 세상의 모멸적 비난은 더 매서워질 것입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목사로서 많은 자책과 함께 도전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대내외적으로 심각한 신앙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복음과 교회의 본질이 상실되고 변질될 때 교회는 세속화되고 인간 중심으로 전락하게 됩니다. 예수를 잘 믿는다는 것은 바르게 믿는 것을 말하며,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바로 깨닫게 될 때 교회가 교회되는 회복의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복음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와 구원사역입니다. 오늘 말씀이 담겨 있는 누가복음은 예수님의 갈릴리 활동, 예루살렘을 향한 여정, 그리고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사건이란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은 변화산 사건으로 갈릴리 활동 마지막 부분에 속하며 예수님의 정체성과 구원사역에 대해 하나님께서 제자들에게 직접 확인시키시는 내용입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실 때 모습이 변화됐습니다. 그러나 변화가 아니라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으로서 본체는 영화로운 몸이지만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스스로 낮아져서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신 것입니다. 변화가 아니라 예수님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신 사건입니다. 또한 구름은 하나님의 임재를 의미합니다. 구름 속에서 하나님의 소리가 들립니다. “이는 나의 아들, 곧 내가 택한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는 말씀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 되심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입니다.

모세와 엘리야는 예수님과 함께 변화산에 나타나 예수님의 별세에 관해 말함으로써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신적 권위를 입증해줍니다. 모세는 광야에서 연단을 받고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은 사람입니다. 엘리야는 광야 생활을 거쳐 호렙산에서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고 그것을 대언했던 예언자였습니다. 대화의 핵심은 장차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한다는 내용입니다. 별세라는 희랍어 단어의 어근은 ‘엑소더스’입니다. 이 단어를 듣는 순간 여러분은 구약의 출애굽 사건을 떠올릴 것입니다. 예수님의 사역은 바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즉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예수님의 사역은 수난과 죽음과 부활 그리고 승천을 통해 이뤄지는 것입니다.

다음 주부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향한 사순절의 영적 여정이 시작됩니다.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은 이 중요하고 신비로운 사건의 현장에 동참하는 특권을 누리면서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예수님은 기도하시는데 제자들은 졸음에 빠져 있습니다. 이제 죽음과 부활을 향한 여정을 떠나시려 하는데 베드로는 그 신비 체험에 머물러 있으려 합니다.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교회라는 우산 아래 머물려고 하지는 않습니까. 출애굽 하는 이스라엘 백성의 심정으로 예루살렘을 향한 예수님의 십자가 길을 묵상하며 하나님 나라를 향한 여행에 다같이 참여하시기 바랍니다.

강현길 부총회장(기독교한국루터회·평택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