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한국 첫 金 얼짱 스타 현인아… ‘자폐’ 닫힌 문 열고 ‘희망’ 안고 달리다
입력 2013-02-01 18:19
어머니는 출발선에 선 딸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두 손을 가슴에 모았다. “경기를 보면서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는 어머니의 심장은 딸이 28개월 되었을 때 한 번 멎었다. 딸이 자폐 진단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제 어머니는 씩씩하게 자라 준 딸이 고맙기만 하다. 키 1m70, 몸무게 53㎏의 좋은 신체 조건에 얼굴까지 예쁜 딸은 2013 평창 동계 스페셜올림픽 홍보 영상에 모델로 출연하기도 했다. 허영미(46)씨는 딸 현인아(14·창동중)가 가장 먼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자 “금메달을 딴 우리 딸, 너무 대견하다”며 활짝 웃었다.
‘얼짱 스타’ 현인아가 스페셜올림픽 대한민국 대표팀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현인아는 1일 강릉 실내빙상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 8디비전에서 53초48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디비전은 수준별로 선수를 편성하는 스페셜올림픽만의 독특한 시스템이다. 현인아는 최상위권 실력자들만 모인 8디비전에서 경기 내내 1위를 달린 끝에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2위인 캐스린 선더스(캐나다·54초24)보다 0.76초 앞선 기록이다. 2011 아테네 하계 스페셜올림픽 롤러스케이트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현인아는 동계와 하계 대회 모두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인아는 초등학교 2학년이던 2006년 현장학습으로 방문한 실내 빙상장에서 처음 스케이트를 탔다. 스케이팅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는 스케이트를 타고 자기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세상 속으로 질주했다. 그러자 마음속에 쌓여 있던 높은 벽이 조금씩 허물어졌다.
허씨는 딸이 처음 스케이트를 타면서 행복해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여느 자폐아와 마찬가지로 인아도 매우 산만하고 타인과 소통하지 못했는데, 스케이트를 타면서 집중력이 생기고 사교성도 늘었어요.”
아직 낯선 사람과는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 현인아는 이날만큼은 어눌한 말투였지만 “연습 많이 했고 컨디션 좋아요. 금메달 땄어요”라며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전달했다.
500m에서 첫 금메달을 딴 현인아는 앞으로 333m와 777m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워낙 체력과 기술이 좋기 때문에 남은 두 경기에서도 금메달이 예상된다.
강릉=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