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퍼 조각 하나로 뺑소니범 잡았다

입력 2013-02-01 18:11

새벽에 행인을 치고 달아난 뺑소니 운전자가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범퍼 조각 때문에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SUV 차량으로 행인 2명을 치고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차량 등)로 치과기공사 전모(41)씨를 1일 구속했다. 전씨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4시33분쯤 서울 효제동 3차로 도로에서 폐지를 팔고 나오던 김모(65)씨와 배모(48)씨 등 2명을 폐지수집 리어카와 함께 들이받은 혐의다. 전씨는 현장에서 피해자 응급조치를 하지 않은 채 달아났다. 배씨는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김씨는 현재 의식불명 상태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가로·세로 30㎝ 정도 크기의 범퍼 조각 2개를 발견했다. 경찰은 범퍼 조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감정을 의뢰했다. 또 주변 정비업소를 상대로 수소문해 범퍼 조각이 GM대우자동차에서 생산된 SUV 차량 부품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경찰은 다시 GM대우자동차 공장을 찾아가 뺑소니 차량이 흰색 윈스톰 차량임을 확인했다. 경찰은 서울 성북·노원구 등 강북지역에 등록된 윈스톰 차량 800여대를 일일이 확인한 끝에 성북로에 주차된 전씨의 차를 발견했다.

조사 결과 전씨는 뺑소니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동차 보험회사에 지하도 교각을 들이받았다고 허위로 신고한 뒤 차량을 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는 사고 전날 저녁 친구들과 회식을 했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