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내려… 수백억대 재산가 부부 위장이혼

입력 2013-02-02 00:48


수백억원대 재산을 지니고 고급 승용차를 굴리면서도 세금 회피를 위해 위장이혼까지 한 70대 부부가 구속됐다. 지방세 체납자가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문찬석)는 조세범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서울시가 고발한 H씨(77)와 그의 부인(74)을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서울시에 따르면 H씨는 세금 회피를 위해 부인과 2005년 3월 협의이혼을 하고 본인 소유 부동산 중 강남구의 빌라 1동(17채)과 강원도 땅 150만㎡를 부인에게 이전했다. 이후 제주도 서귀포시 임야와 경기도 용인시 대지 등 남은 100억원대 부동산을 처분했고, 국세 21억원과 지방세 2억1000만원 등이 부과됐지만 남은 재산이 없다며 세금을 내지 않고 버텼다. H씨의 체납액은 6년 동안의 가산금을 포함해 41억원에 이르렀다.

시는 조사 과정에서 H씨가 부인에게 명의이전한 강남구 빌라에서 부인과 함께 살고 있으며, 위장이혼을 숨기기 위해 주소를 7번이나 바꿔가며 허위 전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H씨는 부인 명의로 에쿠스 승용차를 사 직접 몰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해 왔다. 독일에 있는 자녀에게 주기적으로 외화를 송금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사는 빌라 1채를 제외한 나머지 16채를 임대해 매달 상당한 임대수입도 올리고 있었다.

시는 H씨 부부의 사실혼 관계를 근거로 강남구 빌라의 가재도구 등 동산을 압류하고 지난 12일 이 부부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과정에서 H씨는 부인 명의로 시의 동산 압류 무효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빌라 내 동산의 압류 봉인을 훼손하기도 했다. 체납처분을 피하려고 압류신청 10일 전 부인에게 공탁금회수청구권을 양도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권해윤 시 38세금징수과장은 “H씨처럼 악질적이고 치밀한 체납자는 처음”이라며 “앞으로도 위장 이혼, 재산 은닉 등으로 세금을 회피하려는 악덕 체납자는 끝까지 추적해 세금 징수는 물론 형사처벌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지난해 12월부터 H씨 부부 경우를 포함한 악성 상습체납 17건에 대해 형사고발 조치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