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과정 개입하고 교수들에 불만 전달… 의학전문대학원 거센 ‘치맛바람’
입력 2013-02-01 23:07
의학전문대학원 등 전문대학원을 중심으로 극성 학부모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모임을 통해 교수에게 불만을 전달하거나 교과과정에 개입하기도 하고, 돈을 모아 학교발전기금도 낸다. 학생 대부분이 20대 후반이지만 의학전문대학원에는 자녀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이른바 ‘헬리콥터족’들의 ‘치맛바람’이 거세다.
서울의 한 사립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김모(28)씨는 지난해 2월 입학식에 갔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입학생 절반에 가까운 30여명이 학부모와 함께 입학식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부모에게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별도의 자리를 마련했다. 신입생들의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학부모들은 별도 장소에서 다과회를 가졌다.
다과회에서는 학교 측이 의학전문대학원의 비전과 학생 진로 등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날 참석했던 학부모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친목회도 생겨났다. 친목회에서는 발전기금을 모아 학교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김씨는 1일 “초등학생도 아니고 부모와 손을 잡고 입학식에 나타나는 풍경이 생소했다”며 “전문대학원의 특성상 부모의 남다른 기대를 받고 자란 친구들이어서 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학부모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학교 측이 의학전문대학원 학부모를 대상으로 비공식 간담회를 열고 있다.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 학부모는 “학부모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고 자녀에 대한 진로 고민도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학교발전기금도 모은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수업에 대한 간섭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해 교수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공식적인 행사 외에도 학부모들끼리 갖는 친목 모임에 학장이나 부학장을 불러내 교과과정에 대한 불만을 전달하고, 자연스럽게 학생에 대한 상담도 한다.
한 대학 교수는 “모임에 나오는 학부모 자녀의 경우 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며 “고등학교도 아니고 교수들이 학부모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며 씁쓸해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