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글 국방장관 지명자 청문회 ‘험악’… 친정 공화당 의원들에 뭇매
입력 2013-02-01 18:13
미국 국방장관 지명자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이 31일(현지시간) 열린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친정’인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했다. 헤이글도 가끔 되받아치면서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베트남전에 함께 참전한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이 비판의 선봉에 섰다. 매케인은 헤이글이 2007년 미군이 이라크 전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 “그것이 옳았다고 보는가”라고 질문했다.
헤이글 지명자가 조용하게 그때 생각을 설명하려 하자 매케인 의원은 단답형으로 명쾌하게 답변하라고 추궁했다. 헤이글이 머뭇거리며 “역사의 판단에 맡길 것”이라고 하자 매케인 의원은 “역사는 이미 당시 결정에 판단을 내렸다. 당신은 잘못된 쪽을 편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헤이글 지명자도 지지 않으려는 듯 “이라크전에 병력을 더 투입해 1200명의 목숨을 잃게 할 가치가 있었는지 불분명하다”고 반박해 청문회장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이 밖에도 헤이글은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이란, 이스라엘 및 핵전략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질문을 받았다.
공화당 출신인 헤이글이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더 가혹한 검증 공세를 받고 있는 이유는 그가 공화당 당론에 어긋나는 성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라크 점령 이후 전쟁 수행과정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사사건건 대립했었다. 또 국방 예산의 삭감을 주장한 유일한 공화당 의원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 이란을 비롯한 적국에 군사 공격을 감행하는 것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공화 당 의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쓰기도 했다.
백악관은 공화당 일각과 보수 언론의 가혹한 비판에도 그가 결국은 인준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준을 받으면 헤이글 지명자는 베트남전 참전용사이자 사병 출신으로는 처음 국방부 장관이 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