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하’ ‘기각’… 삼성家 상속소송 이건희 회장 완승

입력 2013-02-01 23:06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남긴 재산을 놓고 벌인 삼성가(家) 형제들의 상속 소송에서 이건희(71) 삼성전자 회장이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판사 서창원)는 1일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 이맹희(82)씨 등 5명이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를 상대로 낸 주식 인도 등 청구 소송에서 ‘각하’ 또는 ‘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선고를 하기 전 ‘삼성 일가의 화합’을 특별히 권고했다.

◇“청구시효 지났거나 상속재산 아니다”=재판부는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50만주와 삼성에버랜드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60만5000주 등 모두 110만5000주를 창업주가 남긴 상속재산으로 인정했다. 이맹희씨 측이 인도 청구한 것은 그중 39만2786주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 회장이 1987년 선대회장 작고 이후 삼성 본관 금고에 보관돼 있던 해당 차명주식을 실질적으로 점유해 왔다고 판단하고 “10년의 제척기간(법률적 권리행사 기간)이 지나 원고의 청구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나머지 삼성생명 주식과 이 회장이 받아 간 배당금 등은 상속재산으로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이맹희씨 측이 2008년의 ‘삼성특검’ 수사 기록까지 열람한 뒤 “선대회장 타계 시 삼성 임원 등 68명이 이 회장의 삼성전자 주식 131만주를 차명 보유했다”고 주장한 부분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속된 것으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상속재산이라 하더라도 당시 주식과 2008년 이 회장이 보유하던 주식이 동일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회장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선대회장의 유지 중에는 일가가 화목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뜻도 있었다고 본다”며 “양측이 판결 결과를 떠나 화합해서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판결이 나오자 삼성 측은 “합당한 결론”이라고 반색했지만, 이맹희씨 측은 “잘 수긍이 되지 않는다”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이맹희씨는 지난해 2월 ‘선친이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 회장이 다른 상속인에게 알리지 않고 명의변경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후 원고 측에 창업주 차녀 이숙희씨와 차남 고(故) 이창희씨의 유족도 합류했으며, 원고 측 청구 금액은 총 4조849억원에 달했다. 이맹희씨 측은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인지대 127억원 등 소송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치열했던 1년간의 공방=이번 소송은 이 회장이 패소해 삼성생명 지분이 이맹희씨 등에게 넘어갈 경우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구조가 깨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만큼 양측 간 신경전도 치열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삼성이 너무 크다 보니 욕심이 나는가본데, 한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이에 이맹희씨 측은 “건희는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 왔고, 자기 욕심만 챙겨 왔다”고 맞섰다.

갈등 여파는 삼성그룹과 이맹희씨의 아들인 이재현씨가 회장으로 있는 CJ그룹 간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소송 진행 중에 삼성물산 직원들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가 CJ 측에 들통나 형사처벌됐고, 지난해 11월 이병철 선대회장 25주기 추모식도 삼성과 CJ 측 둘로 쪼개져 진행됐다.

정현수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