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국무 취임일에… 터키 美대사관 폭탄테러

입력 2013-02-02 00:50

미국 외교시설이 5개월 만에 다시 테러 공격을 받았다. 존 케리 신임 국무장관의 취임일인 1일 터키 수도 앙카라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 최소 3명이 숨졌다고 미국 NBC뉴스가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자살폭탄 테러”라고 확인했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즉시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부의장 존 밀러는 “알카에다가 용의선상에 가장 먼저 떠오른다”며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으로 이란이 보복을 선포한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터키에서는 이란과 헤즈볼라의 공작조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테러가 시리아와 연관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 이후 주변 지역으로 분쟁이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터키에는 1주일 전 시리아의 공격에 대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패트리엇 미사일 6기가 배치됐고, 400여명의 미군도 추가 배치했다. 2011년에도 앙카라의 미 대사관을 노린 테러 계획이 사전에 적발됐고, 2008년에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단체가 이스탄불의 미국 영사관에 폭탄을 터트린 사례가 있다.

폭발 현장에는 구급차가 여러 대 도착해 쓰러져 있는 이들을 후송했고, 경찰은 시민과 언론이 현장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전했다. 폭발 당시 대사관 앞에는 비자 면접을 위해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대사관 앞에 대기하고 있던 차량들이 불탔다고 현지 NTV는 보도했다. 앙카라 시 당국은 터키인 경비원과 자살폭탄 테러범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틀 전 있었던 이스라엘의 시리아 공습은 시리아·이란과 이스라엘·미국 간 비난과 협박전으로 치닫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시리아 외무부는 지난 31일(현지시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내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보호하는 국가들은 이번 공습과 그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공습이 1974년 양국 간에 체결된 분리협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을 채택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시리아 정부는 골란고원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 분리감시군(UNDOF) 사령관을 불러 강하게 항의했다. 레바논 주재 시리아 대사도 성명을 내고 “시리아는 기습적인 보복공격을 감행할 능력과 선택권이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암시했다.

시리아와 동맹관계에 있는 이란의 알리 아크바르 살레히 외무장관은 “시리아의 안정과 회복을 막으려는 서방과 시오니스트의 명백한 공격 행위”라고 비난하는 등 연일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스라엘 관리들도 시리아 내 무기 반출이 지속될 경우 공습을 계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미국 백악관의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시리아 정부를 향해 “헤즈볼라에 무기를 운반해 이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이란의 보복 위협은 “이란 정부가 아사드 정권의 몰락을 얼마나 우려하는지 보여줄 뿐”이라고 일축했다.

김지방 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