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日 아베 총리… “위안부 쟁점화 반대, 매우 마음 아파 ”
입력 2013-02-02 00:51
과거사 관련 담화를 수정하겠다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일단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31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일본공산당 위원장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를 정치·외교적 문제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고노 담화는 당시 관방장관이 표명한 것이므로 총리인 내가 더 이상 말하는 것을 삼가고 관방장관이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또 “지금까지 역사상 많은 전쟁에서 여성의 인권이 침해받아 왔다”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말하기 힘든 괴로운 일들을 당하신 분들을 생각하면 매우 마음이 아프다. 이는 역대 총리들과 다르지 않다”고 밝혀 기존의 입장과는 사뭇 다른 태도를 연출했다.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경선 때만 해도 아베는 “일본이 고노 담화로 인해 군대가 여성을 유괴범처럼 데려가 위안부로 삼았다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고 역설했고, 최근까지도 과거 정부 차원의 담화들을 대체하는 ‘아베 담화’를 내놓겠다며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켜 왔다.
아베의 이런 전략적 변신에는 미국의 입김과 외교적 고립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뉴욕주 상원이 위안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고, 연방의회에서도 2차 위안부 결의안이 논의되는 등 아베 정권은 미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한국을 자극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위안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경우를 대비해 담화 재검토론을 한시적으로나마 미리 ‘봉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