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정신건강 전수조사 철회… 대상 축소
입력 2013-02-01 23:10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부터 학생 정서행동특성검사 전수조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전수조사 대신 4개 학년으로 검사 대상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또한 검사 방식도 3단계에서 2단계로 간소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학교폭력 대책으로 처음 도입된 전수조사가 1년 만에 철회됐다.
교과부가 한림대 부설 자살과학생정신건강연구소에 의뢰해 만든 학생정신건강 관리 개선안에 따르면 올해부터 학생들은 3년 주기로 정신검사를 받는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1학년 때와 3년 뒤인 4학년 때는 부모님과 함께 검사를 받는다. 상급학교로 진학한 직후인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때도 검사 대상이 된다.
교과부가 전수조사를 포기한 이유는 실익보다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1년 만에 졸속 시행이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결과다. 지난해 교과부가 검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수조사를 강행해 학생들이 프라이버시 침해로 또 다른 정신적 상처를 입기도 하는 등 역효과가 발생했다. 학교폭력 외에도 학습부진, 다문화·결손·조손가정 등 다양한 유형의 위기 학생들을 진단·지원해야 하는 위센터도 일손 부족으로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하기도 했다.
검사 실효성 문제도 확인됐다. 교과부 정책 용역을 수행한 홍현주 한림대 의대 교수는 “대규모 조사를 할 수 있는 표준화된 검사도구가 아직 우리나라에는 개발이 안돼 있다”며 “전수조사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같은 검사를 실시하면 학생들에게 학습효과가 생겨날 수 있어 무의미한 조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교과부는 전문가와 현장 의견을 반영해 검사 방식도 간소화했다. 종전에는 학교와 지역교육청(위센터), 전문기관 등 3단계로 검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부터는 학교와 지역교육청을 하나로 묶어 2단계로 줄였다. 또한 학생들이 검사지를 직접 작성해 제출했지만 올해부터는 온라인으로 작성토록 했다. 온라인 검사에서 문제가 나타나면 상담교사 등 면담을 거쳐 전문기관에 인계된다.
교과부는 또 정신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된 학생들을 관리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학교·가정·지역사회·의료기관 등을 한 덩어리로 묶어 ‘클러스터화’하기로 했다. 특히 자살 징후가 보이는 학생의 경우 학교 차원에서 관리가 어렵다고 보고 전문기관과 지역사회가 적극 개입하는 관리 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교육지원청 5~6개를 선정해 시범 운영한 뒤 추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