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 카이스트 총장 교수들에 끌려다니지 말라

입력 2013-02-01 17:43

카이스트(KAIST) 이사회가 그제 서남표 총장 후임으로 강성모 미국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선임했다. 강 내정자는 이사회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교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년보장(테뉴어)과 승진 심사를 강화하겠다”며 “재임 중 카이스트를 세계 톱10 대학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위기의 카이스트호를 이끌고 갈 강 내정자의 어깨가 무겁다. 카이스트는 교수 정년심사 강화, 성적에 따른 차등 등록금제, 전 과목 영어수업 진행 등을 내세운 서남표식 개혁이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에 부닥치면서 결국 서 총장이 재임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물러나는 심각한 학내 갈등을 겪었다. 그럼에도 이사회가 해외파를 다시 선택한 것은 개혁을 계속 추진해 달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강 내정자는 ‘철밥통’ 교수문화를 깨기 위한 강도 높은 개혁을 지속해야 한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교수들의 반발이 크겠지만 적당히 타협하거나 중단해선 안 된다. 연구하지 않고 1주일에 몇 시간 적당히 강의로 때우면서 국민들 세금을 받아가는 교수들은 퇴출시키는 게 마땅하다.

구성원들과의 소통에도 힘써야 한다. 서 총장 개혁이 절반의 성공에 그친 데는 소통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경쟁지상주의에 몰린 학생들이 잇따라 자살한 것은 아무리 좋은 제도도 구성원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 내정자는 2007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한국인 최초로 미국 4년제 대학(머시드 캘리포니아대) 총장을 지내면서 학생들에게 총장실을 개방하고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등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위를 내려놓고 구성원들을 설득하며 개혁을 이끌어나가는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추락한 카이스트 위상을 끌어올려야 하는 임무도 막중하다. 이공계 영재교육의 산실이라는 명성을 누려온 카이스트의 올해 신입생 등록률이 1971년 개교 이래 가장 낮은 84%로 떨어진 것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통해 전 세계 우수한 과학 인재들이 몰려오는 대학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