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변호사] 허윤 변호사 “특권의식은 도태의 지름길… 시대 흐름 읽어야 살아남아”

입력 2013-02-01 17:48


“시대가 원하는 변호사 상이 바뀌고 있다.”

법조 기자 출신 허윤(37·사진) 변호사는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1일 서울 서초동 금석빌딩 사무실에서 만난 허 변호사는 일단 변호사 시장이 어렵다는 데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일부 변호사들이 옛날의 좋았던 시절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연수원만 졸업하면 꾸준히 사건을 맡을 수 있었던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특권의식을 가진 일부 변호사들이 변화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허 변호사는 특권의식을 과감하게 버렸다. 허 변호사가 속해 있는 법무법인 예율은 집이 없고, 한 달에 350만원 이상 벌지 못하는 서민에게는 소송의 종류나 규모에 상관없이 150만원 이하의 수임료만 받고 있다. 기본 300만원부터 시작하는 통상 수임료의 절반 수준이다. “그래서 남는 게 있느냐”고 묻자 그는 “충분히 줄일 수 있는 비용이 많기 때문에 일정한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우선 ‘사무장’ 제도를 없앴다. 사무장은 소위 말하는 법조 브로커다. 이들은 사건을 변호사들에게 가져다주고 30∼40% 정도의 커미션을 챙기는데, 이런 불필요한 비용만 줄여도 저렴한 가격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무료 법률상담이나 복지센터 강연에도 많이 나가는데 그러다 보면 알음알음으로 꽤 많은 의뢰인들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또 거의 인지세만 받는 수준에서 많은 당사자들을 모아 기획소송도 진행 중이다. 꾸준히 사건을 맡으면서 저렴한 비용에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공익성까지 챙기는 셈이다.

그가 택한 길은 법률구조공단에 머물 당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연간 800만건 정도의 법률분쟁이 있는데, 변호인을 선임해서 진행한 사건은 20만건 정도밖에 안 된다. 나머지 780만건은 나홀로 소송을 하거나 소송까지 가 보지도 못하고 끝났다는 말이다.” 그는 결국 비용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수임료를 낮추는 방안에 대해 고민을 거듭했다. 허 변호사는 “로스쿨 제도가 생긴 이유도 국민 누구나 법률 서비스를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며 “이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변호사들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