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분투기] 동네가게 디자인하는 소셜벤처 ‘씨디티앤토’
입력 2013-02-01 17:25
한 고졸 청년의 창업 성공기 뒤에는 남다른 감각을 지닌 청년 디자이너들이 있었다. 지역 소상공인의 점포를 디자인하는 청년 소셜벤처 ‘씨디티앤토(CDTandTO)’가 그 주인공이다.
디자인과 건축학을 전공한 20∼30대 청년 3명이 모인 씨디티앤토는 단순한 인테리어 회사가 아니다. 자신들의 작업이 곧 골목상권의 경영 전략이 된다는 믿음으로 주변 환경, 창업자의 콘텐츠 분석에 애를 쓴다. 1일 서울 합정동 씨디티앤토에서 만난 김수민(33) 책임디자이너는 “내부 공간과 점포의 이름, 간판 디자인과 메뉴판의 무늬까지 일관된 ‘정체성’을 형성하도록 신경쓴다”고 말했다.
이들은 청년 소셜벤처답게 기존 인테리어 회사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영업한다. 영세 자영업자가 고객이기 때문에 제 값을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 누구나 ‘위기’라고 말하는 자영업을 장기적인 ‘블루오션’으로 본다. 골목마다 즐비한 영세 상점들이 결국 디자인으로 혁신을 꾀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실제로 일거리는 끊이지 않았다. 씨디티앤토는 최근 2년간 미스터에프를 포함해 50여곳의 자영업자 점포를 새로 빚어줬다.
골목상권의 현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본 이들은 자영업의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한다. ‘목이 좋다’는 것만 중시하고 정작 어떤 이미지로 손님의 동선을 끌어당길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퇴 뒤 창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고령층 자영업자의 경우 변화를 두려워하는 약점이 있다. 내부를 투명하게 공개해 눈길을 끌려 하면 ‘조금 더 가려 달라’며 소극적 디자인을 요청했다. 송창근(30) 디자이너는 “매년 1월이면 자영업자 점포 일거리가 늘어난다”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와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씨디티앤토는 1년에 한 가지씩 ‘골목상권 살리기’ 콘셉트의 디자인을 제시할 생각이다. 올해는 ‘동네슈퍼 프로젝트’다. “구멍가게도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며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을 틈틈이 작업 중이다.
이경원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