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 소설 같은 삶… ‘무함마드 깐수’
입력 2013-02-01 17:27
“소설 같은 삶을 살았다.”
그가 자신의 삶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다. ‘무함마드 깐수’라는 그의 옛날 이름이 우리 귀에 익숙하다. 1996년 간첩 혐의로 구속돼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2000년 형 집행정지로 출소했고, 2003년 특별사면·복권돼 한국 국적도 얻었다. 바로 정수일(79·사진)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이다.
정 소장은 중동전문가이며, 문명교류 분야 석학이고, 12개국 고대언어에 정통한 언어학자다. 그를 지난 31일 경북도청에서 만났다. 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동안 그가 시공을 넘나드는 존재로서 다가왔다.
함경도에서 북간도로 흘러간 유랑민의 자손인 정 소장은 1934년 중국 옌볜에서 태어났다. 베이징대 동방학부를 수석졸업한 뒤 국비유학생으로 이집트 카이로대학에서 공부했다. 외교관이 돼 중동지역 등에서 활동하다 북한으로 들어갔다. 평양국제관계대와 평양외국어대 교수를 지냈고, 튀니지대 연구원과 말레이대학 교수로도 재직했다.
그는 레바논계 필리핀 국적의 ‘무함마드 깐수’로 1984년 한국에 들어와 단국대 교수로 활동하며 문명교류에 관한 연구업적을 인정받았다. 그러다 간첩 혐의로 구속돼 파란의 삶을 이어갔다.
그는 중국·북한·레바논·필리핀 등 4개 국적을 거쳐 현재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다. 서울 금호동 아파트에서 부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정 소장은 최근 경북도의 ‘2013 경주-이스탄불 세계문화엑스포’에 합류, 핵심사업인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결코 쉬운 사업은 아니지만 민족사에 길이 남을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기꺼이 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크로드 출발지는 국제통설상 중국 시안(西安)이다. 하지만 정 소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경주가 실크로드의 동단(東端)기점임을 확인하고 이를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실크로드에 스며 있는 신라문화와 신라인의 흔적을 기록으로 남기고 밝혀 이론적으로 정립할 생각이다. 경주 실크로드 대감(大鑑)을 편찬하고 국내에도 실크로드 대사전을 발간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정 소장은 “일생을 통틀어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문명교류학과 민족주의”라면서 “분단은 가장 큰 비극이며 이제 남북이 서로를 받아들이는 통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딸 셋을 두고 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