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교회가 있었네-덕담교회] 우리 교회 새벽 종소리는 “천당∼ 천당∼” 이야

입력 2013-02-01 22:09


경북 상주시 사벌면 덕담교회

덕담교회는 경북 상주시 사벌면 덕담리 핸대미 마을에 있다. 사벌면의 대부분은 평지이며 높은 산이라야 해발 250m 이하로 구릉지에 가깝다. 마을 이름의 정확한 유래는 전해지지 않는다.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분지를 뜻하는 사투리 ‘대미’에 ‘크다’는 의미의 ‘한(大)’이 앞에 붙어 ‘한대미’라 불리다가 핸대미로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동래 정씨 집성촌인 핸대미 마을 주변을 야트막한 산이 감싸고 있다.



아픈 주민들의 하나님

상주터미널에서 택시로 10여분을 달려 도착한 핸대미 마을에는 슬레이트 지붕을 덮은 낡은 집들이 모여 있었다. 주민들은 벼농사를 짓거나 배를 생산해 파는 게 주업이다. 상주는 감으로 유명하지만 열매를 맺기 좋은 기후조건이 갖춰진 데다 수익도 짭짤해 사벌면 곳곳에 배밭이 펼쳐져 있다.

교회 역사를 꿰고 있다는 어르신을 먼저 찾아갔다. 마을 토박이인 정인근(72) 장로는 “나는 1967년 급성 간염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았었다”면서 얘기를 꺼냈다. 당시 담당 의사는 “1주일을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진단했다. 1653㎡(약 500평) 규모의 땅은 치료비로 모두 날렸다. 하나님을 섬기지 않았던 정 장로의 부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굿판을 벌였다.

정 장로의 아내 백원남(71) 집사는 “굿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무당이 예수님을 믿으라 캐서 남편하고 같이 교회에 나오기 시작한 기 지금까지 됐다”며 “만날 눕어서 죽는다 카던 양반이었는데 하나님께서 잘 봐주셔서 지금껏 건강하게 살아 있다”고 말했다.

정 장로는 “주님을 섬기면 나처럼 복을 받는다”면서 요한복음 3장 16절을 천천히 암송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이 마을에는 자신 또는 가족이 병을 앓은 뒤 하나님께 의지하는 성도들이 많다. 고시성(52) 목사는 “아픈 사람이 생기면 여러 교인들이 모여 ‘병을 낫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는 문화가 오래 전부터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완(70) 장로의 경우 마음에 병을 앓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69년 1월 주님을 영접했다. 그의 어머니는 자주 정신이 깜빡깜빡 할 정도로 쇠약했다가 예수님을 영접한 뒤 조금씩 회복했다. 한 어르신은 “그때 계시던 목사님이 밤늦게까지 그 집에서 만날 찬송하고 기도 열심히 해서 나쁜 기 다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건강이 회복됐을 뿐 아니라 살림살이도 펴졌다. 정 장로는 “예수님을 믿기 전에는 문중 땅에서 농사를 짓는데 인자 그거 다 내놓고 6000평 땅을 사서 벼농사를 짓고 배 농사도 한다”며 “하나님께서 도와주셔서 잘됐는데 우째 교회 일을 소홀히 할 수 있노”라고 했다.

정영호(51)씨 가족은 연달아 상을 치른 뒤 크리스천이 됐다. 정씨의 아내 김하자(50)씨는 “갑자기 시댁 어른 여러 분이 돌아가신 뒤 시어무이부터 온 집안이 교회를 섬기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의 할아버지는 가만히 앉아계시다 갑자기 돌아가셨고 같은 해 큰할아버지도 하늘나라로 떠났으며 그 다음해 아버지까지 돌아가셨다는 것.

하지만 정씨 부부는 “아직 마음에 없다”면서 한동안 하나님을 섬기지 않았었다. 그의 어머니 김장림(78) 성도는 “아들 내외가 예수님을 영접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새벽기도를 드렸고 최근 그 소망이 이뤄졌다. 새벽기도를 거르지 않는 정씨 어머니는 ‘종지기 당번’까지 맡았다.

덕담교회에서는 80대 이상의 고령이거나 몸이 불편한 성도를 제외한 25명이 순번을 정해 1주일씩 새벽종을 친다. 여름에는 오전 4시에 종을 치고 겨울에는 30분 늦게 울린다. 종을 몇 번 치는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당번에 따라 그 횟수가 다르다. 한 성도는 “교회 초창기에는 40번 치라는 말이 있었다”면서 “한 번 당길 때마다 ‘천국’이라고 외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정씨 어머니는 “대중도 없이 한참 밧줄을 당긴다”면서 웃음을 지었다.



천국으로 떠난 사람들

지난달 28일 만난 주민들의 기도제목은 ‘우신자(74·여) 집사가 빨리 쾌차하는 것’이었다. 우 집사는 사흘 전 뇌출혈로 쓰러졌다. 한 성도는 “우 집사뿐 아니라 바깥어른인 정송수 원로장로도 참 열심히 교회를 섬기는 양반인데 오늘 같은 날 사진도 함께 찍고 했으면 좋았을 낀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쓰러져 있던 우 집사를 발견한 사람은 옆집에 사는 정용완 장로였다. 자칫 늦게 알았다면 목숨을 잃을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우 집사는 상주시내 병원 응급실에 있다가 대구의 큰 병원에 입원했다. 문병을 다녀온 고 목사와 교인들은 “다행히 위기를 넘겨 한숨은 돌렸다”고 했다.

성도들은 “안 그래도 교인 수가 얼매 안 되는데 거의 매년 장례를 치른다”며 “우 집사님은 아직 창창하니까 금방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 부임한 고 목사는 “담임목사로 온 뒤 장례를 12번이나 치렀다”며 “교회에 새로 등록한 분보다 세상을 뜨는 성도가 더 많은 셈”이라고 말했다. 고 목사가 시무한 뒤 40여명이던 성도는 30여명으로 줄었다.

교회가 세워진 73년 교인은 80여명이었다. 기독교한국침례회에 소속된 이 교회는 마을에서 2㎞쯤 떨어진 용담교회까지 걸어가서 새벽기도를 드리던 핸대미 주민들이 직접 33㎡(약 10평) 땅에 지은 건물이다. 이후 교회는 현재의 자리에 132㎡(약 40평) 규모로 증축됐다. 교회를 다니지 않던 주민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공사를 도왔다.

교인 수는 80여명 수준을 유지했다가 80년대 중반 급격히 감소했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마을 인구 자체가 400여명에서 170여명으로 급감한 측면이 크다. 한 주민은 “논밭은 넓은데 죄다 노인네들이라 일할 사람이 없다”며 “바쁠 때는 상주시내에 가서 일꾼을 사와야지 농사를 지을 판”이라고 말했다.

4년째 노인회장을 맡고 있는 정인근 장로는 “노인회 회원이 64명인데 70대 초반은 청년이야 청년”이라며 “내가 젊은 축에 들어가이까 노인회장을 맡아 궂은일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했다.

작지만 끈끈한 정을 나누는 교회

주민들은 크리스천뿐 아니라 비신자들도 서로 끈끈한 정을 나누는 게 큰 자랑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주민은 “조금 과장하면 이 동네는 그 집에 숟가락이 몇 개 있는지까지 다 알 정도로 친하게 지낸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유교나 무속신앙이 뿌리내린 곳이지만 목회자를 ‘높은 양반’으로 여겼고 교회가 하는 행사에도 반감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살가운 분위기 덕분에 전도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여전도회장인 박춘분(62) 집사가 그런 사례다. 박 집사는 남편의 권유로 96년 1월 1일부터 교회에 나왔다. 그는 “어렸을 적에 나는 주일학교 반사(교사)도 하면서 열심히 교회에 댕겼는데, 교회라는 데는 전혀 몰랐던 바깥양반이 갑자기 교회에 나가자 캐서 마을 교회에 처음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곁에 있던 한 어르신이 “남편이 그냥 교회에 나가자 캤겠느냐”며 “이웃에서 열심히 기도를 해주고 노상 나오라 카이 하나님께서 불러주신 것 아니냐”고 했다. 교회 일이라면 뭐든지 열심히 챙기게 됐다는 박 집사는 “올해 저는 하나님께서 쓰시고자 하실 때 쓰일 수 있는 그릇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명절을 앞둔 핸대미 마을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어르신들은 벌써부터 오는 10일 설을 손꼽아 기다렸다. 손주들을 안아볼 생각에 설렌다고 했다. 명절에는 평소 거의 볼 수 없는 어린이들과 30∼40대 젊은 사람들로 마을은 활기를 띤다. 이들은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허물없이 교회에 찾아와 떡과 과일을 나눈다. 고 목사는 “설 연휴가 주일하고 겹치면 평소보다 훨씬 많은 80∼90명이 예배를 드린다”고 했다.

마을 인심은 후했지만 교회 재정은 넉넉지 않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교회 일을 돕고 있지만 워낙 가난한 농민들이 대부분이라 큰 행사를 치르기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벌면의 교회 13곳은 서로 협력하며 복음을 전한다. 13곳 가운데 성도 수가 50명이 넘는 교회는 2곳뿐이다. 덕담교회는 성도 수로 세 번째다. 이들 교회는 사벌기독연합회를 구성해 신년 부흥회, 부활절 예배 등을 함께 드리고 광복절 기념 체육대회도 연다.

덕담교회의 표어는 ‘일어나 일하라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실지로다’(대상 22:16)이다. 목회자뿐 아니라 성도 모두가 한 영혼이라도 더 구원받을 수 있도록 온 힘을 쏟자는 의미다. 고 목사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어릴 적부터 열심히 했던 게 교회 일뿐이라 하나님 말씀을 전하는 사람이 된 것 같다”면서 “마을 분들 모두를 전도하는 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83년 침례신학대학을 졸업한 뒤 89년 목사 안수를 받았으며 충북 충주와 경남 창녕 등지에서 사역하다 이 교회에 부임했다. “가까운 문경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꼭 고향 어르신들을 모시고 목회하는 것 같습니다. 부족함이 많은 목회자이지만 어르신들 전부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으실 수 있도록 쉼 없이 기도하고 있습니다.”

▶덕담교회 가는 길

서울에서 승용차로 출발할 경우 3시간 정도 걸린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신갈JC까지 가서 영동고속도로 원주 방면 여주JC로 이동한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충주 방면으로 갈아탄 뒤 북상주IC로 나온다. 이어 상주 방면 3번 국도를 타고 6.9㎞를 달려 원흥교차로에서 은척 방면 북상주로를 따라 600여m를 간다. 세천교 앞에서 경천대·사벌 방면으로 좌회전해 997번 지방도로를 타고 3㎞를 이동한다. 덕담교가 보이면 풍양·경천대 방면으로 좌회전해 916번 지방도로를 탄다. 사벌면 노인회관 앞에서 좌회전해 사벌로를 따라 700여m를 가다 덕담1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덕담2길을 따라가다 덕담1리 동사무소를 지나면 왼쪽에 교회가 보인다.

상주=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