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라동철] 저출산 고리 끊어야

입력 2013-02-01 17:28


합계출산율 1.30명.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기준으로 이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지난달 2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보고된 수치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한 명이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로 국가의 출산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우리나라는 장기간 저출산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1983년 2.08명으로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 위한 출산율인 2.1명 아래로 떨어진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93년엔 초저출산국의 기준인 1.30명으로, 2005년에는 1.08명까지 떨어졌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저출산 문제를 국가의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이제 겨우 초저출산 기준선 언저리를 맴도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2010년 기준 합계출산율이 프랑스는 1.99명, 호주는 1.89명, 네덜란드는 1.80명, 일본은 1.39명이었지만 우리는 1.23명에 그쳤다. 그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74명에 비해 0.51명이나 적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장기적으로 절대인구가 줄게 된다. 태어나는 아이는 적고 수명은 늘어나니 젊은 세대의 부양 부담이 가중되는 고령사회로 이어진다. 우리가 머지않아 마주할 현실이다. 저출산은 사회의 활력도 떨어뜨린다. 노동력 부족과 노동생산성 감소로 경제성장률과 성장잠재력을 둔화시킨다. 이로 인해 삶의 질은 저하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다시 저출산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저출산의 터널에서 하루 빨리 빠져나와야 하는 이유다.

저출산의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흔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결혼 기피 풍조 확산과 늦게 결혼하는 만혼(晩婚) 현상이다. 경쟁은 나날이 치열해지고, 안정적인 일자리는 줄어드니 미래가 불안한 젊은이들은 결혼을 주저한다.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이런 현상은 확산되는 추세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고,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이 득세하는 것도 이유다.

자의반 타의반의 독신자들이 많아지고, 결혼 적령기는 자꾸만 올라간다. 2011년 기준 초혼 연령은 남자가 평균 31.8세, 여자는 29.1세였다. 결혼해도 아이 낳는 걸 꺼리는 이들이 많다. 감당하기 벅찬 주거비와 자녀 양육·교육비 부담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거나 한 자녀로 만족하는 것이다. 원인이 복합적이다 보니 한 방에 듣는 특효약은 없어 보인다. 단기간에 뚜렷한 변화를 기대하는 것도 욕심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저출산의 고리들을 인내심을 갖고 하나하나 끊어가는 수밖에 없다. 양육·교육비 부담 경감, 국공립·직장 보육시설 확충, 수요자 중심의 다양한 양육서비스 구축, 결혼·출산에 대한 지원 확대, 출산·육아 관련 제도 개선….

합계출산율이 그나마 상승세로 돌아선 건 중앙·지방 정부의 이런 노력들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는 많은 재원이 소요되고 정부부처 간 협조가 관건인 만큼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가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전국 광역시·도 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보육사업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며 0∼5세 아동 무상보육사업에 대한 국비 증액을 약속했다. 첫 여성 대통령이 이끄는 차기 정부인 만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을 놓으리란 기대가 크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