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생명의 하나님, 정의와 평화로 인도하소서!

입력 2013-02-01 17:41


금년 10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 아래 열리는 WCC 제10차 총회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홍보하기 위해 울라프 픽쉐 트베이트 총무 일행이 한국교회를 방문했다. 이들의 방문을 계기로 세계교회협의회가 지향하고 있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정신과 의미가 논의되고 확산될 전망이다.

대륙을 순회하며 열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총회는 1961년 인도 뉴델리에서 ‘예수 그리스도-세상의 빛’이란 주제 아래 열렸던 제3차 총회에 이어 아시아 대륙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는 총회이다. 세계 349개 교단을 회원으로 하는 세계교회협의회 제10차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세계를 통치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이루어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유일의 분단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세계평화의 실현이라는 사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한국 교회에게 제10차 총회는 엄청난 도전이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은 이번 총회가 하나님께서 우리 민족과 교회에 주신 좋은 기회임을 자각하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교회가 하나되고 갱신되는 역사가 함께하길 바라며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기회가 세계일치와 교회일치를 주창하는 에큐메니컬 운동의 진정한 의미와 정신이 바르게 계몽되고 이해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한국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혼란은 에큐메니컬 운동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하는 편견과 잘못된 이해 때문에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세계교회협의회가 지향하고 있는 에큐메니컬 운동이 모든 사람이 함께 잘사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교회를 이루어가는 복음운동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두 번째로는 세계교회협의회 총회는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하는 세계 349개 교회를 대표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이는 총회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로마가톨릭교회에서 개혁되었던 교회들은 신앙의 자유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교파분열이라는 죄를 범하고 말았다. 칼바르트 교수가 말한 바와 같이 “하나님의 교회가 나누어졌다는 것은 그럴듯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추문”일 수밖에 없다. 현재 세계교회협의회는 여러 교파로 나누어진 교회들이 한 신앙과 직제 아래 하나의 교회를 이루는 일은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다른 교회들의 신앙전통과 역사를 인정하고 협의체를 형성해 일치를 드러내고자 하는 역사적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를 놓고 논의하고 고민하는 대신에 비본질적인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교회협의회는 지금까지 총회주제를 정할 때에도 삼위일체의 신앙의 틀 안에서 벗어난 적이 없음을 볼 때 작금의 종교다원주의 논쟁은 세계교회운동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연합기구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어떻게 하면 3개로 나누어진 연합기구가 삼위일체 신앙고백의 틀 안에서 하나의 연합체를 구성해 일치를 드러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를 바란다.

셋째로 이번 10차 총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에큐메니컬의 영성으로 새롭게 갱신되고 변화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필자는 젊은 날에 다양한 세계교회를 대표하는 대회에 참석해본 경험이 있다. 그런데 WCC처럼 신학적이고 영성이 넘치는 예배를 드리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1998년 아프리카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하나님께 돌아오자 소망 중에 기뻐하자!’라는 주제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 제8차 총회에 참석하면서 여러 형태로 드려지는 예배를 경험했다. 예배를 통해 살아계신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는 진정한 예배의 감격을 맛 볼 수 있었다. 특별히 매일 아침 야외에 가설된 천막 안에서 드려지는 예배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다. 총회와 예배주제와 관련된 찬양과 기도와 상징들이 동원된 예배의 감동은 예배 참석자들을 헌신과 결단으로 이끈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지극히 형식적이고 율법적인 예배들이 갱신되고 새로워지는 영감을 얻고 또 우리 것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이번 기회가 한국 에큐메니컬 운동의 뿌리를 찾고 정리하여 발전시키는 기회가 되어 다음 세대에게 전승하는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해 본다.

<목포예원교회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상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