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명분 없는 통상교섭 권한 이관
입력 2013-01-31 20:21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통상교섭권한을 신설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면서 “기업의 통상환경 개선과 통상교섭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고 했다. 현재 정부조직에서는 이런 두 가지 목적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인 듯하다.
통상환경에는 대내적 환경과 대외적 환경이 있는데 대내적 환경은 거의 국내기업 규제조치이다. 이의 개선에는 규제완화가 핵심이지만, 자발적인 규제완화는 기대하기 어렵다. 타 부처가 관할하는 산업의 규제완화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대내적 환경에는 산업 진흥 및 외국기업으로부터의 보호조치도 포함될 수 있는데, 산업 진흥은 통상교섭과 거의 관련이 없으며, 보호조치는 이미 지식경제부가 담당하고 있어 이관 이유가 되기 어렵다.
대외적 통상환경은 우리 기업의 해외진출을 도와주거나 다른 나라의 시장을 개방시킴으로써 개선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해외진출도 무역진흥공사 등을 통하여 지식경제부가 담당하고 있어 남는 것은 다른 나라 시장의 개방이다. 하지만 개방 요구는 국가가 하는 것이지 개별부처가 하는 것이 아니다.
두 번째 이유인 통상교섭의 전문성 강화를 보도록 하자. 필자는 1980년대 후반부터 양자·다자간 통상협상에 직접 참여하였으며 2000년대에는 우리나라 협상대표도 맡아본 적이 있다. 경험에 따르면 진정한 협상력은 국력에 따라 결정되며, 그 다음 중요한 것은 통상협상의 전문성이었다. 전문성은 지식과 경험에서 나온다. 따라서 해당분야의 전문적 지식을 쌓고 오랜 기간 협상에 참여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1998년 정부조직 개편으로 통상교섭권한이 외교통상부로 이관되기 전까지는 현재의 지식경제부가 통상권한을 갖고 있었다. 이유는 당시까지 우리 대외교역이 거의 제조업 제품이었고 국내시장도 제조업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교역은 제조업뿐 아니라 농업, 서비스, 지식재산권 등 범위가 크게 확대돼 지식경제부가 단독으로 전문성을 모두 확보하기는 어렵다. 1980년대 후반부터 서비스산업 경우에는 이미 당시 경제기획원이 협상을 담당하고 있었다.
협상에서는 의사소통 또한 매우 중요하다. 오랜 기간 근무하여 인맥을 쌓는 것이 통상협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 외교통상부는 지난 15년간 상당한 전문성을 확보했다.
이렇게 쌓아온 전문성과 인맥을 명확한 이유 없이 포기할 필요가 없다. 또 지식경제부가 최선인가 하는 문제를 고려해봐야 한다. 통상정책에서 진정으로 어려운 협상은 대외협상이 아니고 대내협상이며, 이는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상당한 부처 장악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금의 이관 논의는 그런 근원적 문제를 고려한 것이 아니므로 명분이 부족하다. 근원적 논의를 바닥부터 할 것이 아니라면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이다.
성극제(경희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