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건립으로 사라질 마을, 영상으로 남긴다

입력 2013-01-31 19:57


원자력발전소 건립으로 350여년 지켜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울산의 한 어촌마을 주민들의 생활모습들이 영상으로 제작된다. 원전 이주마을을 영상으로 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주군은 ‘내 고향 추억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신고리원전 5·6호기가 들어설 예정인 서생면 신암리 신리마을의 영상물을 만들기로 했다고 31일 밝혔다.

울주군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고향마을 발자취와 정취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이 사업을 지난해부터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군은 올해 7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해 이 번 달부터 1년간 신리마을의 주요 행사를 비롯해 파종·수확·어획 과정과 마을대표 인터뷰, 마을 전체 모습, 이주하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기록하게 된다.

오는 9월에는 50분 내외의 영상물을 제작해 시사회도 열 계획이다.

신리마을 주민들은 올해 하반기 지식경제부로부터 신고리 5·6호기 실시계획 승인이 떨어지면 이주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후 보상작업 등을 거쳐 이르면 2016년부터 본격 이주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신리마을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립계획 초반 마을이 두 동강 날 뻔했다. 한국수력원자력㈜가 거주제한구역에 포함된 이 마을 60여 가구 주민들만 이주시키고 나머지 100여 가구는 이주대상에서 제외시켰던 것이다. 상황이 이러자 주민들은 마을 전체를 이주시켜 달라고 청와대에 진정했고,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직접 찾아가 항의했다. 힘겨운 투쟁 끝에 지난해 9월 마을 전체 이주로 마무리됐다.

신리마을은 옆 마을 비학포구가 원전 추가 건설로 이주해 현재 울산 최남단 마을이 됐다. 오랜 기간 새운암으로 불리다가 해방 이후 신리로 바뀐 이 마을에 처음 정착한 사람은 경주 김씨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시기는 추정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재 마을 전체 160여 가구 가운데 절반이 어촌계원이고, 40여명의 해녀가 활동하고 있다. 신리는 어업 외에 배의 집산지로도 유명하다.

울산 =글·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