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면 검증·언론이 하면 신상털기? 朴당선인·새누리 ‘이중잣대’
입력 2013-02-01 01:04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여당이 김용준 전 총리후보자 검증을 ‘신상털기’로 규정하며 국회 인사청문회를 흔들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검증을 신상털기로 매도하는 것은 공직자의 기준을 허무는 것이란 반론도 거세다. 과거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회에서 온갖 의혹을 제기하며 후보자들을 낙마시킨 것을 감안하면 ‘이중 잣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열리지도 않은 청문회 타령=새누리당 내에서도 은근슬쩍 청문회를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황우여 대표는 30일 최고위원려償坪퓻?연석회의에서 “인사청문회 자리가 죄와 허물을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자리라기보다 후보자의 능력과 꿈의 크기를 검증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며 신호탄을 쐈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31일 박 당선인을 만난 자리에서 “신상털기” “막무가내” 등의 표현으로 청문회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후보자 역시 지난 29일 사퇴발표문에서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돼 인사청문회가 입법취지대로 운영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후보자 ‘낙마 참사’는 청문회에서 야당의 무차별적 의혹 제기로 벌어진 게 아니다. 당초 그를 호의적으로 평가하던 언론이 병역, 재산 등 기본적인 사안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드러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 의혹 중에는 도덕성 문제뿐 아니라 증여세 포탈, 병역 기피 등 ‘위법’ 소지가 있는 사안도 많았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는 “청문회가 문제가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재산렉늉ち뗏?확인하지 않은 검증 시스템이 문제”라며 “청문회 검증에 불만을 토로하기보다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과거에는 서슬 퍼렜다=새누리당은 한나라당이던 시절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으로 총리후보자를 검증했다. 2002년 김대중 정부의 장상, 장대환 총리후보자를 연거푸 낙마시킨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한나라당은 장상 후보자에게 위장전입, 장남 이중국적 등의 의혹이 있다며 임명동의안을 압도적으로 부결시켰다. 이어 지명된 장대환 후보자도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들어 낙마시켰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한나라당의 ‘도덕성 공세’에 이헌재 경제부총리, 이기준 교육부총리,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 등이 줄줄이 물러났다.
이랬던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 장관들의 위장전입에는 “큰 흠결로 볼 수 없다”며 눈을 감았다. 정운찬 총리,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귀남 법무부 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등이 위장전입 문제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를 통과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이중 잣대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늘고 있다. 조해진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가 야당일 때는 그 못지않았다. 당선인이 우리 당에 있을 때 정부를 엄격하게 검증한 잣대가 있었다”며 “당선되고 대통령이 됐을 때 그 초심을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더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최근 논란이 된 대통령의 특별사면 제도와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각각 원내대표 산하에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