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낙마 파장] 朴, “미국 제도가 효과적” 지적했지만… 美는 백악관·FBI 총동원 ‘사전 신상검증’

입력 2013-01-31 22:14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30∼31일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신상털기’라고 비판하면서 우리나라 인사청문회 제도에 과연 문제가 많은 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당선인은 “미국은 인격 부분이 잘 지켜져 인사청문회가 더 효과적”이라는 일부 의원의 지적에 공감했다. 사전 검증은 인선팀에서, 정책 검증은 국회에서 하는 미국식 인사청문회 제도가 좋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010년 ‘국회 인사청문 제도의 현황과 개선 방안’이란 보고서에서 ‘20일 이내의 짧은 청문기간’ ‘후보자의 허위진술’ ‘증인 불출석과 자료 미제출’ 등을 우리나라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특히 인사청문회가 재산·병역 등 도덕성 함정에 빠져 정책·능력 검증 등으로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청와대 비서실이 국회에 임명동의를 요청하기 전에 보다 철저하게 인사검증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전진영(서울대 정치학 박사) 연구원은 “원래 인사청문회 취지는 대통령의 인사권에 대한 의회의 견제”라면서 “여당은 무조건 옹호하고 야당은 매섭게 비판하는 양상은 행정부 견제 수단이란 점을 고려해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27년의 인사청문회 전통을 갖고 있다. 핵심은 대통령 혹은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을 할 때 백악관 인사국, 연방수사국(FBI), 국세청(IRS),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총동원된다는 점이다. 언론과 야당의 검증에 앞서 국가기관이 미리 기본적인 신상 검증을 진행한다.

이들이 청문회 전 2주에 걸쳐 조사하는 233개 항목은 개인 및 가족 배경 61개항, 직업 및 교육 배경 61개항, 세금 납부 32개항, 교통범칙금 등 경범죄 34개항, 전과 및 소송 35개항 등이다. 평판 조사를 위해 FBI 수사관이 후보자 인근 집의 초인종을 누르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사전 검증조차 소홀히 한 박 당선인이 미국 인사청문회를 언급하며 우리나라 인사청문회 과정을 비판하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