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시대 문 열다] (상) 이제는 한국형발사체 개발
입력 2013-01-31 22:18
“우주 개척” 외치지만 예산 매년 깎여… 투자확대 절실
나로호(KSLV-Ⅰ)가 쏘아 올린 나로과학위성이 31일 새벽 지상과 교신했다. 이로써 전날 우주로 발사된 나호로는 ‘인공위성의 궤도진입’이라는 임무까지 완수하면서 최종성공을 확인받았다. 나로호 프로젝트가 우주강국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이견은 없다. 하지만 우주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크고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 또한 부족하다.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 한국의 우주개발 현주소와 나아갈 길 등을 3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이날 오전 3시28분4초부터 14분58초 동안, 대전 KAIST 인공위성센터 지상국에는 나로과학위성으로부터 전송된 전파 비콘(Beacon·응급신호발생기) 신호가 접수됐다. 위성이 목표 궤도를 정상적으로 돌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어 오전 5시11분부터 15분간 2차 교신도 차질 없이 이뤄졌다. 위성의 자세, 온도, 전압, 전류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나로호의 성공 발사로 이제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에 국민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로호를 통해 이루려던 것이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기 때문이다.
◇한국형 발사체란=한국형 발사체는 러시아와 합작으로 개발된 나로호와 달리, 액체엔진부터 전체 발사체 조립까지 100% 국내 기술로만 개발된다. 총 중량 200t, 길이 47.5m, 지름 3.3m로 규모는 나로호보다 훨씬 크다.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은 1단과 75t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지는 2단, 7t급 액체엔진 1기로 이뤄진 3단으로 구성된다. 2010년 시작돼 2021년까지 1조5449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1단계는 3단용 7t급 액체엔진 개발 및 시험시설 구축에 집중돼 있다. 기한은 2014년. 2018년까지 강력한 추진력을 낼 수 있는 75t급 기본 엔진을 완성해 같은 해 12월 아무 기능 없이 중량만 갖춘 ‘더미(dummy)위성’으로 성능 테스트까지 마치면 2단계는 완료된다. 3단계에서는 75t급 기본엔진 4기를 묶은 1단 로켓엔진을 활용해 2020년 기본 장비만 탑재한 ‘모형(mock-up)위성’을, 2021년에는 실제 1.5t급 중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쏘아 올릴 계획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사업단 노웅래 발사체계실장은 “개발 3∼4년 후에는 위성만이 아니라 그 위성을 우리 발사체에 실어 쏘아 올리는 ‘토탈 솔루션’ 수출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까지 왔나=발사체, 엔진, 추진시험설비 등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요소 기술 230개 중 54개는 이미 확보됐다. 1단용 7t 엔진은 지난해 8월 이미 설계를 시작했으며 75t 엔진은 선행 연구인 30t 엔진 개발 경험을 통해 구성품 단위의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우연은 최근 한국형 발사체 개발 일정을 2∼3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태학 한국형발사체사업단장은 31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형 발사체 사업과 달 탐사선 등 우주개발 일정을 앞당기는 게 좋다는 의견을 피력해 검토 중”이라며 “단 사업 내용과 예산, 일정은 유동적인 만큼 몇 년 앞당긴다고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우주발사체 개발은 통치권자의 결심이 중요하다.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나 프랑스 드골 대통령이 그랬다”면서 “상당한 수준의 국가 지원체계만 구축한다면 1∼2년 앞당기는 것은 가능하리라 본다”고 설명했다.
◇성공하려면=관건은 예산이다. 현재 한국형 발사체는 2010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내리 3년간 계획 대비 60∼70%씩 관련 예산이 줄어들었다. 2010년 예산은 당초 70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2011년은 1004억에서 315억, 2012년 1150억에서 444억원으로 감소했다. 우주 선진국 진입을 위해 한국형 발사체의 필요성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예산은 자꾸 깎여 온 셈이다. 올해 예산도 800억원으로 지난해보단 2배가량 늘었지만 당초 교과부가 요청한 1500억원보다는 크게 줄었다. 박 단장은 “예산과 인력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는 대한항공 등 300여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1조5000여억원의 예산 중 80%가 민간 기업에 쓰일 정도로 민간 영역의 기술과 인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발사체 사업 예산이 깎이면서 적지 않은 기업들이 계약물량 축소, 발사체 개발 전문 인력 유지에 따른 적자 증가, 투자계획 보류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세연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안정적인 예산 및 물량 확보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민간기업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전개된다면 한국형 발사체 개발은 고사하고 우주기술의 자립화를 결코 이뤄낼 수 없다”고 말했다.
나로우주센터(고흥)=민태원 기자, 대전=정재학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