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김경재 수석부위원장 “정전 60주년 행사 평화 주춧돌 놓는 계기로 활용돼야”

입력 2013-01-31 22:22


“정전 60주년을 맞는 해에 한반도 불안을 끝내고, 평화로 가는 초석을 닦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민족화합과 사회대통합을 지향하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김경재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은 맡은 일 때문에 요즘 대통합을 입에 달고 다닌다. 올해가 정전 60주년인 만큼 국민대통합 나아가 민족대통합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말도 꼭 덧붙인다. 민관이 함께하는 정전 60주년 참전 21개국 순회 행사의 전체 상임대회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를 지난 24일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만난사람=김명호 부국장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본 정전 60주년 의미는.

“통일이라는 것도 국민통합의 하나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열악한데, 정전 60주년을 계기로 한반도 분쟁을 종식시키는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동족상잔과 전쟁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와 번영의 지대로 바꾸는 것과 같은 혁신이 필요하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이곳을 남북이 공동으로 개발하면 한반도 분쟁을 종식시키는 거대한 역사 운동이 마련되지 않을까 싶다. 정전 60주년을 맞는 만큼 평화로 가는 초석을 닦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올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형태의 보은행사와 기념사업들이 예정돼 있다. 이 모든 활동들이 민족화합과 사회대통합을 지향하는 관점에서 준비되고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으로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쌓여 있는 상태다. 따라서 새 정부 출범과 더불어 이 같은 사회적 병폐가 근본적으로 치유되는 계기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어떤 형태의 정전 60주년 기념사업들이 예정돼 있는가.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사회 각계각층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을 것으로 본다. 오는 2월 17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아, 대한민국! 국민통합 대행진 마라톤대회’는 21개 참전국(의료진 파견 5개국 포함) 순회행사의 출발을 알리는 행사이다. 이어 3월 26일을 전후해 ‘천안함 피격 3주기 기념행사’가 있다. 특히 4월 12일에 유엔본부가 있는 미국 뉴욕 바클레이 센터에서 참전 21개국 유엔주재 대사들과 관련국 인사들, 그리고 교민들을 초청한 가운데 ‘세계평화페스티벌 아리랑 축제’를 갖는다. 이후 7월 초까지 참전 21개국을 방문하는 보은 행사가 이어진다. 그리고 정전 기념일인 7월 27일에는 국내 유관기관들과 협력하여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정전 60주년 기념행사와 더불어 폐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기념사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지난 여러 해 동안 국내외에서 참전용사들에 대한 다양한 형태의 보은행사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돼 왔다. 이번 정전 60주년 보은행사는 지금까지의 행사들을 총결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시에 6·25전쟁에 대한 개념도 새롭게 바꿔가는 행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6·25는 평화를 파괴했던 잊혀진 전쟁이며 증오와 망각의 대상으로 각인돼 있었다. 이제는 세계가 하나 되어 평화를 지켜낸 승리한 전쟁으로, 증오와 망각의 대상이 아닌 우리 민족이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60주년 행사는 어느 특정기관이나 단체가 아닌 국민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행사이다. 또 참전국을 찾아가 그 국민을 상대로 하는 보은행사이기도 하다. 특히 순수 민간단체에서 수년 전에 시작, 이제 참여의 폭이 민관군으로 확대돼 추진된다는 데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어떤 특징이 있는가.

“일련의 행사에 출연하는 아티스트들과 후원 기업 등은 세계 정상급이다. 정부 기관도 참여한다. 특히 참전국가와 참전노병들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재능기부 차원에서 참여한다는 사실이 가장 특별하다고 할 것이다.

한류문화를 선도해 가는 정상급 K팝 가수들을 비롯한 세계 정상급 기업과 예술인들이 참여하는 것은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낮선 이국땅에서 피 흘렸던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이 있었다는 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철거되는 DMZ의 철조망으로 해외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에게 줄 보은 메달을 만들었다.

“DMZ 철조망은 6·25의 상징이자 평화의 경계선이다. 참전용사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다. 참전용사들과 그 유족들에게는 더없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로 기획되고 준비됐다. 국민일보 보도가 나간 뒤 정말 많은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6·25와 관련된 사람들이 그렇게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데 대해 사실 놀랐다. 좀 더 보완해 이번 행사의 메인 이벤트로 진행할 예정이다.

수년 전부터 보은 행사를 추진해온 사단법인 우리민족교류협회(총재 권영해)가 지난해 천안함 피격 2주년을 맞아 천안함 파편을 녹여 보은 감사패를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유족들이 너무 감격해하는 모습을 보고 오히려 행사 관계자들이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새 정부 출범과 본격적인 정전 60주년 기념행사의 진행 시기가 겹치는데.

“사람에 따라 평가를 달리할 수는 있겠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6·25로 폐허가 된 우리나라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이제 6·25 정전 60주년을 맞는 특별한 해에 박근혜 대통령 시대가 열린다. 그가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에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달하게 되므로 그 의미가 더 크다. 사회대통합을 이룩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이번에 국민일보와 함께 진행하는 정전 60주년 기념행사 등이 특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대통합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대통합 차원에서 남북관계 조망해 달라.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분쟁을 종식시키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이데올로기 갖고 싸움한 적 없다. 비즈니스만 했다. 개인적으로는 북한과도 이데올로기가 아닌 실용적 교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확고히 지키는 범위 안에서 북한과 접촉해야 한다. 물론 국내에서는 친북과 종북단체에 대한 명확한 ‘선긋기’도 필요하다.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예를 들어 판문점에 축구장을 만들어 평양·서울 축구팀이 주말마다 경기도 하고 민족의 스킨십이 생기는 감동적인 드라마도 만들어지지 않겠나. 이런 분위기에서 살았으면 좋겠다.”

-진보, 보수 상관없이 불안한 정전 체제 대신 평화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새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나.

“민감한 이야기지만, 평화 체제는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삼아야 한다. 이 전제가 없다면 평화 체제 논의는 의미 없다. 그러나 북한은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먹거리를 제공해줘야 한다고 본다.”

金 부위원장은

김경재 부위원장은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 15년 이상 미국 망명 생활을 했다. 당시 ‘박사월’이란 필명으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의 회고록을 써 유명세를 탔다. 귀국한 뒤로도 8년간 야인 생활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홍보위원장을 지냈으며, 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지난해 대선 때 야권에서 돌아서 박근혜 후보 지지를 선언, 새누리 국민통합위원회 기획조정특보를 맡았었다.

△전남 순천(70)△순천고·서울대 정치학과△공사 교관△평화민주당 김대중 총재 특별보좌역△15·16대 국회의원△민주당 최고의원△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정리=김유나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