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30세 이상 2명 중 1명, 고혈압·당뇨로 고생한다

입력 2013-01-31 19:13


2050년에는 우리나라 30세 이상 인구 2명 중 1명이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게 될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두 질환은 완치가 어려워 꾸준히 의료비를 지원해야 하지만 기존 건강보험 정책은 암이나 심장 등 중증질환에만 편중돼 있어 고령화시대를 대비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의료비를 마련하느라 재산을 처분하거나 사채까지 이용한 가구가 2010년 기준으로 54만 가구나 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연구위원은 31일 이 같은 내용의 ‘고령화를 준비하는 건강보험 정책의 방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2050년 고혈압·당뇨 환자는 1849만명으로 2010∼2011년(1073만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30세 이상 인구 중 고혈압·당뇨 환자 비율은 같은 기간 34.0%에서 49.1%로 급속히 증가한다.

문제는 건강보험이 이미 발생한 치료비용 부담을 완화시키는 구조로 설계돼 오랜 기간 사후관리가 필요한 질환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암·뇌혈관·심장질환은 산정특례대상으로 지정돼 외래진료비 본인부담률이 5% 수준으로 낮은 편이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는 이런 지원책과 거리가 멀다. 2010년 전체 건강보험 환자의 보장률(전체 진료비 중 건강보험 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2.7%에 불과하지만 암(78.9%), 심장질환(79.5%), 뇌혈관질환(79.1%) 등은 상대적으로 높다.

보고서는 또 현재와 같은 건강보험 구조가 지속되면 저소득층의 경제적 타격이 심화돼 사회통합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료비가 소득 대비 10% 이상인 ‘재난적 의료비 가구’ 중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가 있는 가구는 32.2%였다. 중풍·뇌혈관질환(3.7%), 위암(1.2%) 등 중증질환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재난적 의료비 가구 중 56.4%는 저소득층 가구다. 만성질환 의료비는 저소득층에겐 가장 먼저 빼야 할 ‘손톱 밑 가시’인 셈이다. 2010년 기준으로 과중한 의료비 부담 때문에 전세비를 줄이거나 재산을 처분한 가구가 41만 가구, 사채를 이용한 가구가 13만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에 따른 새 정부의 초점도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진료비 경감에만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