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회장 법정구속 판결] SK “글로벌 경영 차질” 망연자실

입력 2013-01-31 16:16

SK㈜ 최태원 회장이 31일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자 SK그룹은 충격에 빠졌다.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사법부에 유감을 표명했다.

최 회장에 대한 선고는 대선 이후 첫 재벌 총수에 대한 판결이라 관심이 집중됐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집행유예 가능성도 있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나 결과가 나오자 절망에 휩싸였다.

최 회장은 2003년 2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이후 10년 만에 다시 수감되는 신세가 됐다. 최 회장의 동생 SK㈜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아 형제가 모두 수감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SK는 1심 선고가 내려진 이후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SK는 “무죄 입증을 위해 성심껏 소명했으나 인정되지 않아 안타깝다”면서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판결 취지를 검토한 뒤 변호인 등과 협의해 항소 등 법적 절차를 밟아 무죄를 입증해 나가겠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SK 관계자는 “비록 1심 판결이지만 이번 선고가 그룹의 신인도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면서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기도 버거운데 최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글로벌 경영과 신수종사업 발굴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SK는 특히 최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반도체 사업 확대와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 등이 동력을 잃어 표류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최 회장이 직접 나서 태국 등 동남아시아와 중동, 중남미 국가 정부들과 진행한 글로벌 단위의 사업들도 난항이 예상된다.

SK는 그룹 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김창근 의장과 이번에 무죄선고를 받은 최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그룹 회장직은 내려놓았으나 여전히 SK㈜,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핵심 계열사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이어 최 회장까지 법정구속되자 당혹감에 빠졌다. 재계는 사법부의 잇단 강경 판결로 10대 그룹의 오너 2명이 6개월 사이 연이어 법정구속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례적으로 긴급회의를 열고 “법원이 최 회장을 법정구속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최근 사회 일부에서 일어나는 반기업 정서가 더욱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내외 경제 환경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실형선고를 받게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화그룹도 이번 판결이 현재 진행 중인 김 회장의 2심 재판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