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회장 법정구속 판결] “나는 정말 이 일을 하지 않았다” 결백 호소
입력 2013-01-31 22:26
이원범 부장판사가 “법정구속의 예외사유가 없다”며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자 최태원 SK 회장의 얼굴이 벌겋게 변했고, 최재원 부회장은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고개를 숙였다. 재판장에 있던 SK 측 변호인단과 직원들의 얼굴은 사색이 됐다. 200명이 넘는 방청객도 놀란 듯 침묵했다.
최 회장 형제는 31일 열린 공판에서 나란히 서서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재판부의 선고를 들었다. 최 회장은 재판부를 바라보다 잇달아 유죄 취지의 판결이 나오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변호인단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분위기가 흐르자 한숨을 내쉬며 침통해했다. 최 회장 형제는 서로 눈길을 주고받지 않았다.
최 회장은 선고 이후 “한 말씀 더 하겠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무엇을 제대로 증명 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 이 일(범행)을 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다른 것은 다 차치하고 사건을 안 게 2010년이다. 이 일 자체를 잘 모른다.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이것 하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재판정을 나갔다. 최 회장은 검사석 뒤쪽 피고인 통로로, 최 부회장은 법정문으로 엇갈려 나갔다.
최 부회장은 재판 이후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고 답한 뒤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 당초 SK 측은 재판 선고 이후 재판정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며 포토라인을 설치했다. 그러나 최 부회장이 몰래 뒷문으로 나가 30여분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앞서 SK 직원들은 이날 오전부터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 나와 방청석 대기표를 뽑았다. 200석의 방청석은 오후 1시35분 모두 찼고 좌석 뒤쪽과 옆줄에 서서 공판을 방청하는 이들도 많았다. 재판정에 들어서지 못한 30∼40명은 주변에서 서성였다.
최 회장은 오후 1시40분쯤 검정 양복에 남색 격자무늬 넥타이를 매고 재판정에 들어섰다.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50대 남성이 ‘최태원을 구속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자 SK 직원이 거칠게 저지해 몸싸움도 벌어졌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