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선 예쁜 말하고 학교에선 욕만 한다… 학교선 친구들 영향 많이 받아

입력 2013-01-31 18:55


초·중·고생의 바른말 사용에 관한 학부모와 교사의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31일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해 7월 초·중·고 500여곳의 학생, 학부모, 교사 5만790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이 바른말을 사용하는가’라는 질문에 학부모는 73.3%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교사는 43.1%만 같은 대답을 했다. 교총은 설문조사 결과를 연구용역 보고서에 담아 지난해 말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했다.

교총은 학생들이 학교와 집에서 쓰는 말이 달라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학교에서 친구의 영향으로 욕설과 비속어를 더 많이 쓴다는 것이다.

실제로 언어폭력과 욕설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목한 것도 친구(52.8%)였다. 온라인 게임 및 만화(16.1%), 선배(9.9%), TV 프로그램(5.5%)이 뒤를 이었다.

친구가 언어폭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은 고등학생일수록 더 많았다. 교총은 “중·고등학생이 또래집단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데 욕설 습득 과정에서도 그렇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반면 초등학생은 ‘온라인 게임 및 만화’를 언어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고른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교총은 “유해매체에 대한 조기 대응이나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국어 도덕 윤리 등 학교 수업을 통해 언어문화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선 학생과 학부모·교사 간에 시각차가 났다.

학부모·교사는 각각 87.1%와 85.4%가 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나 학생은 28.7%가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교총은 “언어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교과교육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V 프로그램이나 영화에서 욕설 사용을 덜 하도록 제한하면 학생 언어문화가 개선되겠느냐는 질문에도 학생은 29.6%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와 교사는 각각 91.8%, 93.1%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