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軍, 시리아접경 무기 운송차량 공습… 이스라엘·레바논戰 재발 불씨되나

입력 2013-01-31 22:27

22개월간 시리아 사태를 관망하던 이스라엘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본격 개입했다.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에서 이동식 지대공미사일을 싣고 레바논 헤즈볼라 민병대로 이동하던 군용차량을 공습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시리아군보다는 실상 레바논 헤즈볼라의 무기 증강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간주하는 레바논의 정당조직이자 무장단체다.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이 7년 만에 재현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스라엘 VS 레바논=두 나라의 분쟁 역사는 2006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헤즈볼라가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을 공격, 민간인 1000여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이후에도 레바논과 시리아의 핵무장을 경계했다. 2008년 북한과의 핵프로그램 협력을 총괄하며 헤즈볼라와도 가까웠던 시리아의 모하메드 술레이만 준장, 이란 외교통 이마드 무그니예 헤즈볼라 사령관이 암살됐다. 이들 암살은 이스라엘 정보국인 모사드가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정도 효과를 보던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무장 억제는 최근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밀리면서 해제되는 실정이다. 아사드 정권-이란-헤즈볼라의 이슬람 시아파 연대로 역내 구도가 형성된 시리아 사태에 휘말리지 않으려던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헤즈볼라가 시리아 화학무기를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헤즈볼라의 화학무기 확보 우려=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주 안보회의를 소집, 시리아 무기가 헤즈볼라에 이동할 경우 군사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27일 레바논과 시리아 국경지대인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지역에 아이언돔(미사일 방어체계)이 배치되면서 국민 불안감도 고조됐다. 이스라엘 전역에 설치된 수천개의 가스 마스크 배포 센터는 최근 2일간 동이 날 정도였다.

이번 공습 또한 헤즈볼라의 무기 증강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새벽 이스라엘 전투기는 다마스쿠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15㎞ 떨어진 잠라야에서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SA-17 이동식 지대공미사일을 실은 군용차량을 공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혼란기를 틈타 무기 증강을 노리던 헤즈볼라의 계획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이번 공습으로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특히 레바논 영공에서 사실상 방해받지 않고 정보수집을 해온 이스라엘 공군 활동이 헤즈볼라의 지대공미사일 확보로 방해되기 때문이라고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지난 2007년 9월 핵무기 개발용으로 의심되던 원자로를 공습한 후 시리아 공습은 5년 만이다.

이스라엘은 공습 전 강력한 우방인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아사드 정권은 반군의 무기고 습격을 대비해 자신의 지지자인 헤즈볼라 민병대로 무기를 운반하려다 공습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아군은 헤즈볼라와의 연관성이 노출되지 않기 위해 군용 차량 공습을 부인하는 한편 이스라엘군이 과학연구시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이번 공습으로 시리아 사태에 본격 개입을 이어갈지도 주목된다. 헤즈볼라와 가깝다는 점에서는 껄끄럽지만 다소 ‘길들여진 권력’ 아사드, 반미·반외세 성향이 더 강한 시리아 반군 사이에서 이스라엘이 전략적 균형을 맞추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사드는 이제껏 이스라엘과 시리아 분쟁지역인 골란고원에서 도발하지 않았다.

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