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생명나눔-인체 조직 기증] NHS B&T 조직서비스 총본부, 인체조직 가공·보관까지 총괄

입력 2013-01-31 21:01


영국은 보건부 산하기관인 ‘국민보건의료서비스 혈액&이식(National Health Service Blood&Transplant)’이 2005년부터 혈액과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 관련 업무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NHS B&T 내 조직 서비스(Tissue Services)는 (잠재)기증자 발굴부터 조직 가공, 보관까지 인체조직 공급 업무를 관리하는 유일한 기관으로, 철저한 비영리 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이를 위해 2004년 인체조직법(Human Tissue Act)을 제정, 조직 보전 및 이용을 포괄적으로 규제하고 있다.

지난 16일 영국 중서부 리버풀시 외곽의 스펙 지역에 자리한 NHS B&T 조직서비스의 총본부를 방문했다. 2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이곳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국가의뢰센터(National Referral Centre)’였다. 17명의 훈련된 간호사(Nurse Practioner·NP)들이 영국 전역에서 의뢰되는 인체조직 기증을 접수하고 유가족 상담 등을 통해 실제 기증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곳이다.

센터 매니저 엠마 윈스탠리는 “애도 기간에 기증이라는 가장 하고 싶지 않은 얘기를 꺼내야 하기 때문에 NP들은 최고의 전문성과 함께 감성적인 대화기술도 갖추고 있다”면서 “1년에 약 6000명과 기증 상담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기증이 결정되면 기증자가 있는 병원에서 근거리(자동차로 3시간 내)에 배치돼 있는 ‘조직채취 코디네이터들’이 급파된다. 영국에는 리버풀과 리즈, 런던 등 3곳에 조직채취팀이 가동되고 있다.

NHS B&T 조직서비스는 사후 기증자뿐 아니라 생체 기증자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주로 정형외과 수술 시 배출되는 뼈나 제왕절개 수술 시 나오는 태반(양막)이 기증 대상이다. 사후 기증자에게서는 안구(각막), 심장판막, 피부, 인대, 복막 등을 기증받고 있다. 이렇게 전국에서 기증된 인체조직은 리버풀 총본부에 있는 인체조직은행에 최대 5년간 냉동 보관되고 필요시 적재적소에 무상 분배·공급된다.

영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이 같은 법·제도 정비로 인체조직 기증률이 크게 늘었다. 현재 사후 기증자는 연간 500명, 생체 기증자는 연간 4000명에 달한다. 조직 이식 수요량은 연간 4000건이다. NHS B&T 조직서비스 총괄 매니저인 헬렌 길렌은 “영국 내 인체조직 수요량은 자급자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미래 수요에 대비해 ‘잠재적 기증자’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부 차원의 기증 홍보 및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 매년 7월에 1주일간 ‘국가이식주간(National Transplant Week)’을 두고 인체조직 및 장기 기증을 독려한다. 리즈, 리버풀, 런던에 배치돼 있는 ‘조직채취 코디네이터들’은 매년 지역별로 경찰, 검시관, 외과의사, 간호사 등을 초청해 기증 교육의 날을 개최하고 있다. 경찰이나 검시관 등은 상황 발생 시 ‘기증 가능자(Possible Donor)’ 정보를 제일 먼저 ‘국가의뢰센터’로 통보한다. 영국은 운전면허 발급 양식에 인체조직 및 장기 기증 여부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금전적 지원은 하지 않는다. 헬렌 길렌 총괄매니저는 “금전적 지원을 하면 경제적 빈곤자가 돈을 노리고 기증할 개연성이 있고, 유족 간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NHS B&T 조직서비스는 최근 ‘기증자 가족 네트워크’라는 자선단체를 출범시켰다. 유가족들이 기증자의 선행에 대한 자부심과 소속감을 느끼도록 하고 대화와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자연스럽게 기증과 나눔 문화의 확산을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리버풀(영국)=글·사진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