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핵실험 대응] 차명계좌에 위장기업… 北, 제재 피하기 ‘잔꾀’
입력 2013-01-31 19:00
북한이 핵실험 강행 때 예상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해 가·차명계좌를 새로 만드는 등 갖가지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31일 “북한이 핵실험을 앞두고 중국에서 활동 중인 불법적인 회사와 계좌를 숨기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추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중국 내 북한 회사를 모두 위장회사로 바꾼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대부분 중국식 이름으로 돼 있고, 불법 결제 감시를 강화한 중국의 대규모 은행 대신 감시망이 소홀한 지방은행을 활용해 가·차명계좌로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087호에 추가된 제재 대상 기업 6곳은 모두 북한이 해외에 설립한 위장회사로 의심받았던 곳이다.
북한이 새로운 가·차명계좌를 신설한 정황도 포착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 후 수십 개의 가명계좌를 중국에 개설했다”며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예상하고 다른 계좌로 비자금을 옮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다양한 불법행위를 위해 위장 회사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외국인 이름의 가·차명계좌를 활용하고 있다. 북한의 이런 활동은 중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비자금 2500만 달러가 동결된 2005년 9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사태 직후만큼 최근 비자금과 불법 기업 활동을 교묘하게 위장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시도가 무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한·미 양국은 지난해 말 중국 내 지하경제에 숨어 활동 중인 북한의 위장회사 70여개와 비밀계좌 150여개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불법 위장회사와 계좌를 추적하는 문제보다 중국이 이를 대북 제재 대상에 얼마나 포함시킬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