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北핵실험 대응] 겉으로는 강력경고 잇따르지만… 내심 핵실험 기대하는 美 정보당국

입력 2013-01-31 19:00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미국 정부의 강력한 경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미 정보당국과 안보 전문가들은 내심 이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핵실험이 이뤄지면 최근 몇 년간 베일에 가려졌던 북한의 핵프로그램 개발상황을 면밀히 평가하고, 미국에 실제로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인지 파악할 중요한 기회가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준으로 핵 기술을 진전시켰는지 미 정보당국이 검토할 기회이자 해답이 될 것이라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보당국이 3차 핵실험을 통해 얻으려는 정보는 우선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을 이용한 핵폭탄 제조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다. 북측은 이번에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2006년과 2009년의 1·2차 핵실험 때는 플루토늄을 이용했다. 우라늄은 플루토늄에 비해 은닉 및 이동이 쉽고, 무기화 역시 수월하다. 우라늄을 이용한 핵실험이 성공한다면 미국으로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정보당국은 특히 북한이 핵무기를 장거리 미사일 탄두에 탑재할 수 있을 만큼 소형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장거리로켓(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이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핵실험은 정보당국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제안보 및 한반도 전문가들에게도 고급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이클 그린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번 핵실험으로 우리는 새로운 데이터를 얻게 될 것”이라며 “이 실험은 북한이 히로시마급 또는 나가사키급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와 있는지, 얼마나 무기화에 가까워졌는지 파악하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미 정보당국은 2009년 이후 북한의 ‘고삐 풀린 프로그램(runaway program)’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실제 핵실험이 이뤄지기 전에는 핵폭탄 제조능력에 대한 추정만 가능할 뿐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기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지그프리드 해커 박사, 프랭크 파비안 등 핵 전문가들은 서방국가들이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커 박사는 “북한이 과거 1㏏이었던 폭발력을 4㏏까지 높인다면 조만간 히로시마급(20㏏)의 핵폭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