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박종록] 권력과 인생
입력 2013-01-31 17:56
인격적인 면에 있어서나 지성적인 면에 있어서 존경받을 만한 인물들이 서울구치소에 여러 명 수감되어 있다. 권력 때문이다. 좀 더 풀어쓰면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절제하지 못한 채 남용하고, 편법을 사용하고 부정하게 재산을 증식한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응보를 받고 있는 것이다. 과연 권력은 인생에 있어서 독약인가. 그리고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는가.
한고조 유방이 천하를 통일하고 제위에 오르자 최측근 책사 장량은 홀연 짐을 챙겨 은둔한다. 개국공신인 명장 한신은 제후에 봉해지나 점차 권세의 맛을 알아 야심이 커지다가 결국 참담한 죽음을 맞는다. 최고 권력이든 그 아래 크고 작은 권력이든 권력은 스스로 절제하고 또 절제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부패와 남용이라는 독버섯이 자라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권력이나 민초들의 저항에 부딪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책임만 남게 되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하지 않고 왜적의 침략으로부터 나라를 구한 명장으로 생환하여 조정과 나라에 봉사하였다면 과연 천수를 다 누리고 후대에까지 영웅, 충신으로 추앙받을 수 있었을까. 대부분 사람들은 왕실의 권위주의와 당파싸움에 희생되었거나 아니면 스스로 권력과 명예에 탐닉하여 오히려 그 충절이 훼손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만큼 권력의 생리는 또 다른 권력과의 충돌, 권력 그 자체의 남용과 부패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독약이요, 화약인 셈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 이 문제에 부딪히면 우리는 역사관과 인생관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긴 안목으로 역사속의 오늘과 현재의 삶을 의식하며 행동할 때 작은 권세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하지 아니하고 위선과 오만에 빠지는 오류도 적어지게 될 것이다.
삶은 결코 가볍지도 않지만 꼭 심각하고 무거운 것만도 아니다. 넘치지도 아니하고 너무 부족하지도 않은 정도에서 검허한 자세로 스스로의 직분에 충실하며 그리고 이웃과 사회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산다면 잘 사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그야말로 백년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천년을 살 것처럼 탐욕과 오만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어떤 권세도 아무리 많은 재산도 들국화 한 송이 피울 재간이 없고, 그 어떤 절대권력도 죽어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여정을 막을 수 없다. 우리가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사랑과 봉사에 헌신한 향기뿐이다. 그리고 평범하지만 성실하게 세상을 살다 간 일기장뿐이다. 모든 종교와 철학이 권력과 부, 그리고 오만과 탐욕이 인생을 망칠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경계하라고 일러주고 있다.
목청 높여 무죄를 주장하다가 실형이 선고되고 법정구속이 되자 고개를 떨어뜨리는 저 사람들, 그들의 원죄는 최고 권력의 측근에서 스스로 절제하거나 물러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길이라는 생각을 못하였거나 이를 알면서도 타성에 젖어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부정과 비리에 빠져버린 것이리라.
마지막으로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명분으로 남용된다면 이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헌법정신과 사법권 침해라는 논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우선 국민적 정서에 반하여 국민화합에 걸림돌이 되고 정치불신을 조장하게 될 수도 있는 점을 감안하여 가급적 자제하고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결국 권력의 비리와 부패에 대하여 최고 권력이 그 책임을 사면해주는 모습은 어떤 명분으로든 국민정서와는 멀어지는 것으로서 그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본다. 인생은 짧다. 권력은 더 짧다. 권력 가진 자, 권세 있는 자 모두는 검허하게 자중하고 절제하여 명예를 잘 보존하기를 기대하며, 더 이상 권력의 어두운 단면이 악순환되는 딱한 사정을 국민들이 지켜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박종록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