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협 ‘2012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1차 결과 발표회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한목협)가 30일 공개한 ‘2012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의 핵심은 ‘개신교 인구는 소폭 늘었지만 신앙의 질은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양적 하락과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복음의 본질 회복과 개교회주의 극복, 연합사업 강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목협은 31일 서울 화곡동 강남교회에서 신년기도회와 함께 ‘2012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 1차 결과 발표회를 갖고 조사결과에 대한 설명과 함께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병연 서울대 교수는 논평을 통해 “신앙의 질과 로열티 하락은 곧 양적 하락도 초래할 것”이라며 ”지금 한국교회가 방향을 틀지 않으면 붕괴의 길에 접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2004년에 비해 개신교인 가운데 예수님을 영접한 비중은 13.9%포인트 감소했고 궁합이나 풍수지리, 윤회설 등 미신적 요소나 종교다원론에 대한 긍정적 답변비율은 4.8~14.1%포인트 높아지는 등 신앙의 질적 하락추세가 두드러졌다. 김 교수는 또 “개교회주의가 부정적으로 작용해 교회의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한국교회 전체가 나누는 구조를 만들었다”면서 “교단이나 교파를 초월한 연합기구와 그 활동을 활성화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혁률 CBS TV 국장은 “한국교회는 성장엔진의 출력이 약해지고 있는 가운데 관성에 의한 비행은 계속되고 있지만 엔진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경우 결국은 추락하고 말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자기성찰과 함께 성도들의 신행일치와 교회 지도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준(한목협 공동총무) 목사는 일선 목회자들이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보다 교회 성장의 어려움에 대해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조사결과에 주목했다. 그는 “대도시 목회자의 사례비에 기타소득을 더한 평균소득(287만원)이 일반 국민(337만원)의 85.1%에 불과하고 목회자 절반이 사례비 부족을 호소했지만 ‘다시 한 번 인생이 주어져도 목회자가 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85.8%에 달했다”면서 “목회자들의 높은 소명감과 자부심이 한줄기 희망의 빛을 품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목협의 의뢰를 받아 이번 조사를 수행한 글로벌리서치코리아 지용근 대표는 “정체·쇠퇴하는 교회 목회자들은 성장하는 교회 목회자들의 목회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벤치마킹의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사에 따르면 성장하는 교회의 목회자가 최근 1년내 개인전도 경험률(77.8%), 주 평균 목회상담 횟수(7.8회), 성경 열독시간(9시간35분), 당회와의 관계 만족도(72.2%) 등 거의 모든 항목에서 정체·쇠퇴하는 교회의 목회자를 앞섰다.
이번 조사에선 그동안 다뤄진 적이 없던 목회자 생활양식과 목회활동 전반에 관한 리서치도 이뤄졌다. 목회자들은 월요일에 주로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59%) 기도·묵상(53.2%), 설교 준비(30%), 교회 사역(20.8%) 등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목회자들의 하루 평균 TV 시청 및 인터넷 사용시간은 각각 1시간17분, 1시간25분이었고 문화생활 횟수는 월평균 0.5회에 그쳤다. 월평균 독서량은 7.2권으로 신앙서적이 4~5권, 일반서적이 2~3권 정도였다. 목회자들이 받는 월평균 사례비(전국 평균 213만원)는 도시 규모에 따라 차이가 커 대도시는 243만원, 중소도시 202만원, 읍·면지역은 163만원이었다. 하지만 전국 교회의 80%를 차지하는 미자립교회의 목회자 사례비는 평균을 훨씬 더 밑도는 열악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천지우 박재찬 기자 mogul@kmib.co.kr
교회 성장-정체, 목회 방식이 갈라… 목회자 소득 일반 국민의 74% 수준
입력 2013-01-31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