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대학 구조조정 서둘러야
입력 2013-01-31 17:48
방치하면 반값 등록금 재원 낭비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일부 대학들의 불법은 일반의 상식을 초월한다. 교비를 횡령해 쌈짓돈처럼 사용하고,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가짜 학생’을 양산한다. 신입생을 유치한 고교 교사들에게 돈을 주는 ‘입시장사’도 서슴지 않고, 고교 진학부장들에게 해외여행이란 당근을 제시하는 대학도 있다.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특히 입시장사를 하다 검찰에 적발된 경북 포항대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우수 대학으로 선정돼 지원금까지 받았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포항대 비리는 수험생 감소, 교육당국의 무능, 교육자들의 부도덕 등이 얽힌 범죄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무늬만 대학인 곳이 많아 입시장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학생들의 피해는 가중될 공산이 크다. 2018년부터는 대입 정원이 고교 졸업자보다 많아져 대학의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교과부의 구조조정사업은 더디기만 하다. 교과부는 경영 상태에 따라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43곳)’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13곳)’ ‘경영 부실 대학(12곳)’을 지정했다. ‘경영 부실 대학’으로 분류된 대학이 자구노력을 통해 경영 상태를 개선하지 못하면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당초 21곳이 ‘경영 부실 대학’으로 지정됐으나 강제 폐쇄, 통폐합, 경영위기 탈출 등을 통해 현재 12곳이 남아 있다.
교과부는 대학의 자구·자정 노력을 독려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대학은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또 어떤 대학이 얼마나 부실한지도 모르고 입학원서를 내야 하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확실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교과부 장관이 부실 대학 명단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은 18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고, 19대 국회 들어 민병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7월 대표발의했으나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사립대학 구조개선의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12조는 ‘교과부 장관은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 보장 등 공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의 명단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에 공개할 수 있는 대학의 범위를 ‘정부 재정 지원 제한 대학’보다 경영 상태가 열악한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과 ‘경영 부실 대학’도 포함시켜야 한다. 이렇게 강화된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부실 대학은 시장 원리에 따라 퇴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부실 대학의 명단을 공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부실 대학이 통·폐합, 합병, 해산될 경우 재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도 강구돼야 한다. 문을 닫는 대학의 재학생이 다른 대학으로 편입학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이들을 수용한 대학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 정원을 별도 관리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선의의 피해 학생을 막을 수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할 반값 등록금을 위한 재원이 허투루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부실 대학은 하루빨리 정리하는 것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