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우리 사회에 만연한 ‘증오 패러다임’ 파헤쳐… ‘증오 상업주의’

입력 2013-01-31 17:09


증오 상업주의/강준만 (인물과사상사·1만3000원)

1996년 10월 세계적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24시간 케이블 뉴스 채널 ‘폭스 뉴스’를 출범시켰을 때 이 방송사의 미래를 낙관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미 CNN이 있는데 24시간 뉴스 채널이 하나 더 생기는 게 말이 돼?”라고 반문하는 목소리가 줄을 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폭스 뉴스는 시작한 지 5년 만인 2001년에 흑자를 기록했다. 시청률에 있어서도 경쟁자인 CNN과 MSNBC를 따돌렸다. 무엇이 폭스 뉴스의 비약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 걸까. 경쟁력의 핵심엔 호전적 애국주의와 노골적 당파성을 기반으로 보수층 시청자를 끌어들인 전략이 있다.

저자는 폭스 뉴스의 사례를 바탕으로 상대를 적으로 몰아 이익을 취하는 ‘증오 마케팅’의 힘을 조명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증오 패러다임’을 지적하며,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한 이유도 이 패러다임을 극복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새 정치를 위한 정책·프로그램·아이디어는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의식·행태·문화다. 의식·행태·문화를 시종일관 ‘증오의 종언’과 부합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새 정치의 토대가 되게끔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