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조선인이 기록으로 남긴 삶의 궤적들… ‘일기로 본 조선’

입력 2013-01-31 17:08


일기로 본 조선/규장각한국학연구원 (글항아리·2만3000원)

조선은 문자의 나라였다. 기록을 남기는 것을 일삼았다. 조선인 12명이 쓴 일기를 통해 당시 삶의 궤적과 풍경을 들여다본다. 생의 끝머리에 들어선 이들을 돌보며 쓴 ‘치병일기’, 글씨 잘 쓴다고 서울로 뽑혀 올라간 영리들의 ‘출장기록’, 참혹한 전란의 와중에 사대부가 여인에게 남긴 ‘병자일기’, 양반 아닌 하인이 적은 ‘하재일기’ 등 각종 일기를 모았다.

18세기 하진태의 ‘가대인시탕시일기’에는 모친의 병환을 고치기 위해 손가락을 자른 눈물겨운 효성이 기록됐다. “오후에 병세가 한층 더 위독해졌다. 아버지께서는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을 잘랐는데 피가 나오지 않아 세 번 자른 뒤에야 선혈이 철철 넘쳤다. 미음에 타서 그릇에 가득 채워 할머니 입안으로 남김없이 부어 드시게 하였다. 얼마 후 몸에 온기가 차츰 돌아왔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가 갖은 고초를 겪은 소현세자의 ‘소현동궁일기’에는 비운의 삶을 살다 의문을 남긴 채 숨진 미스터리가 숨어 있다. 중앙 정계의 동향과 지방 유생들의 활동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17세기 김영의 ‘계암일록’, 18세기 서울에 거주한 양반 가문의 예술 취향과 서화가들의 활동을 담은 유만주의 ‘흠영’ 등이 조선시대로의 여행을 안내한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