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합작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 일제시대 양국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 그려

입력 2013-01-30 20:28


“연극도 처음인데 맡은 역은 줄타기를 해야 하는 남사당패 꼭두쇠, 언어도 안 통하는 일본에서 일본 배우와 연기해야 해서 걱정이 많았지요. 하지만 전 회 매진, 전 회 기립박수를 받으며 다시는 못해 볼 경험을 했습니다.”

30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일 합작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정의신 작·연출) 간담회에 참석한 배우 차승원(43)의 말이다. 일제 말기 한국을 배경으로 양국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이 작품에서 그는 남사당패 꼭두쇠 역으로 연극 무대에 첫 도전했다.

간담회에는 일본 배우 구사나기 쓰요시(39), 히로스에 료코(33), 가가와 데루유키(48)가 참석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11∼12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40여회 무대에 올려진 후 이날부터 한국 관객을 만났다.

차승원은 “지난해 드라마가 끝난 후 내가 너무 소진된 것 같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감독의 전작 ‘야끼니꾸 드래곤’을 보지는 못했지만 깊은 울림을 줬다는 평을 듣고 이 작품 출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두려워 불면증에 시달렸다. 특히 줄타기는 큰 공포였다. 연극에서 줄타기를 12회 하는데 일본 공연 중에는 떨어지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나에게는 무대에 서면 설수록 뭔가 쌓이는 게 아니라 원점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게 연극이다. 한국을 너무 사랑하고, 한국 배우의 열정을 높이 평가해주는 일본 배우들과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일본영화 ‘철도원’ ‘비밀’ ‘굿바이’ 등으로 한국에도 친숙한 히로스에는 일본 전통의상 기모노 차림으로 나왔다. “한국 배우와 함께 작업을 한 것은 처음인데 연기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다. 말과 문화가 다른데도 이 작품을 통해 하나가 된 기분이다. 제 연기 인생에 있어서도 매회 기립박수는 처음이었다. 한국 관객에게도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초난강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구사나기는 일본 원조 아이돌 그룹 SMAP 출신. “제 연기 인생의 목표가 한국 무대에 서는 것이었는데 꿈이 실현돼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연극은 총 210분으로 배우들은 각자 자국어로 연기하며 일본어·한국어 자막이 마련된다. 2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